페르시아만전쟁에 온국민의 관심이 하나로 집중된 것은 급박한 전황도 전황이지만,원유수급과 경제불황에 대한 불안이 높기 때문이다. 중동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서둘러 중장기 에너지대책을 마련하고 민간단체에선 소비절약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전쟁발발과 더불어 에너지위기는 현실화되었다. 원유의 물량확보와 가격폭등이 크게 우려되는 기운데 우선 시급한 과제는 절약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1차 대응방안도 소비절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기름을 너무 헤프게 쓰며 지낸다. 과거의 두 차례 석유파동을 무사하게 넘기기는 했으나 그 후 지나친 안일에 빠져 있었다. 수급과 가격안정으로 에너지 태평성대가 계속될 줄 알고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절약은 뒷전에 밀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산업이나 생활용 에너지 소비가 고삐 풀린 듯 늘어났다.
에너지 소비실태는 까놓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GNP(국민총생산) 성장에 따른 석유의 소비증가율을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2배를 훨씬 넘는다. 일본은 0.58인데 우리는 1.25가 된다. 또한 석유수입비중의 격차도 매우 심하다. 한국이 2.5라면 일본은 0.62 정도에 이른다.
석유의 씀씀이에 있어서 소비왕국에 올라앉았다.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한 요인의 한 가지로 이러한 과다소비가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중동전의 속전속결 기대로 유류값이 떨어진다고 하나,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일희일비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다. 석유위기는 이제 항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급한 불만 꺼지면 안정되리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옳다.
에너지절약은 모든 국민의 생활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정부의 대책도 일과성이나 위기극복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앞으로 기름값 조정은 불가피할 것 같다. 결과는 당연히 물가로 즉각 파급되어나갈 것이다. 이러한 영향과 충격은 우리 스스로가 소화해내야 한다. 소비절약 이외의 뾰족한 방안은 없다.
먼저 정부가 소비억제책을 더욱 강화하고 강력하게 실천에 옮겨가야 할 것이다. 페르시아만 전세에 따라 고삐를 늦추거나 당길 이유가 없다. 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석유파동 이후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절약이야말로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사재기 따위로 눈앞에 닥친 고통을 덜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은 버려야 한다. 지금보다 춥게 지내고 불편과 고통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내핍의 세월을 살아온 경험이 있다. 전등 하나를 쫓아다니며 끄고 문틈을 종이로 막는 고달픔을 불평없이 받아들였다. 우리의 절약은 에너지의 수급과 가격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소비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은 시한을 두지 말고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전쟁을 이겨내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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