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평민당 총재간의 회담은 페만전쟁 발발과 때를 맞추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두 사람은 현시국이 페만전쟁에 따른 석유대책 등 경제는 물론 안보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여야가 대국적 견지에서 협력,국가적 위기를 초당적으로 극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는데,이것은 값진 합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바탕을 전제로 두 사람은 중동사태와 관련,이번 임시국회에서 군의료진 파견동의안을 처리하고,국내문제로는 지방의회선거를 맑고 깨끗하게 치르기 위해 여야가 공명선거협의기구를 구성하며,국가보안법 등을 임시국회에서 전향적으로 개정하고 통일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구체적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이같은 합의사항들은 당면한 현안의 타결처방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수긍할 만한 것들이다.
사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국정의 최고책임자와 야당의 대표가 무릎을 맞대고 난국타개책을 협의하는 등 일련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적 단합과 국가적 안정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국민들은 페만전쟁을 매우 불안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앙등으로 중동에 석유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로서는 물가폭등과 함께 원자재가격의 인상과 확보난으로 산업과 수출에 타격을 입어 경제 전체가 마비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 페만전쟁이 이스라엘의 참전으로 서방과 전아랍권의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모처럼 이뤄진 세계적 화해무드는 어둠으로 바뀌고 무엇보다 호전적인 북한 김일성의 대남 도발을 부추기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페만전쟁의 개전 전후에 미국의 여야 정치인들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당초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개전권 행사동의안은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전쟁을 당책으로 반대하여 간신히 과반수를 넘는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시작되자 전쟁반대 의원들조차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파견군을 격려했으며 상하원은 거의 만장일치로 부시 지지결의안을 통과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단합된 국가적 자세를 보인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우리의 경우 여야 영수들간의 대화가 너무나 막혀왔다는 점이다. 바로 1년 전 3당통합에 대한 야당의 반발과 감정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명색이 대화와 타협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정치를 한다는 나라에서 여야 영수들이 그 동안 국내외적으로 많은 중요한 문제들이 잇달아 제기됐음에도 자그마치 6개월 만에 대좌했다는 것은 양측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긴 얘기 할것없이 여야 영수들은 자주,그것도 수시로 만나 모든 현안들을 기탄없이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이 자리를 빌어 대통령은 국정에 관한 핵심사항들을 소상하게 설명,이해를 구하고 야당 총재도 외교·안보·통일 등에 관해서는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국가적 안정을 위해 앞으로는 매달 한차례씩 영수회담을 가질 것을 여야가 강력히 권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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