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늘어 오히려 공급초과/세계 각국 비축분 방출 착수/「사우디 유전 피해」 즉시 복구 만전/“장기화 땐 심리적 영향 60불까지유가는 이번 페르시아만전쟁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변동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전 첫날인 17일 세계유가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배럴당 10달러 이상씩 떨어져 하루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18일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뉴스에 따라 유가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각 시장별로 배럴당 1.5∼2.5달러 정도의 상승에 머물렀다.
17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9.3달러로 전날에 비해 10.93달러,텍사스산 중질유는 21.11달러로 11.21달러가 각각 폭락,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전인 지난해 8월1일 수준보다 낮았다.
18일 동경원유시장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5∼2달러 오른 22.8달러 선,텍사스산 중질유는 1.5달러 정도 상승한 22.2∼22.7달러 선에 거래됐다.
개전 첫날 유가가 폭락한 것은 전쟁이 다국적군의 승리로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전쟁의 공포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일시에 제거되면서 「역전쟁 프리미엄」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18일 이라크의 이스라엘공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발했는데도 유가가 크게 뛰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각국의 사전준비가 그만큼 철저,세계원유시장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2월중에 3천3백75만배럴의 전략석유비축 방출계획을 발표했다. 현 비축량은 5억8천7백만배럴 정도이다.
또 선진국들의 에너지 협의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1개 회원국들에게 앞으로 15일 이내에 하루 2백50만배럴을 방출하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비상공급은 이 기구창설 16년 만에 최초로 2백만배럴은 각국 정부비축분에서,40만배럴은 에너지절약조치를 통해,10만배럴은 발전소 연료의 대체 등을 통해 충당되게 된다. 이 기구가 통제할 수 있는 원유량은 1억3천5백만배럴 정도이나 10억배럴 이상이라는 추정도 있다.
유럽공동체(EC)의 12개 회원국들은 석유 사용량을 7% 절약키로 결정했으며,일본도 82일분의 민간비축분에서 1천4백60만배럴을 방출키로 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생산하고 있는 원유량은 하루 약 2천4백만배럴 정도로 이라크와 쿠웨이트산 원유의 거래중지로 하루 약 4백만배럴이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OPEC가 지난해 7월에 결정한 생산상한선을 1백50만배럴 가량 초과하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인 세계경제침체 등으로 석유수요는 하루 약 3백만배럴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전쟁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노력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석유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의 공격으로 사우디 등의 유전이 크게 파괴될 것으로 당초 예상됐었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17일 쿠웨이트 국경 남부지역인 사우디의 카프지에 있는 일본계의 한 정유공장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됐을 뿐이다.
또 미국의 전파교란 등으로 사우디 유전에 맞춰 조준된 이라크의 미사일이 과연 정확도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의문과 함께 만약 유전이 파괴되더라도 곧 복구될 수 있는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들도 유가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우디 유전에 큰 피해가 없는 한 유가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참전 자체가 유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수요자들의 심리를 크게 동요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유가는 최고 50∼6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유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보다는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IEA는 오는 28일 긴급회담을 갖고 석유비축분 추가방출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인데,이 기구의 한 간부는 추가공급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OPEC는 당초 3월11일 각료회의를 열어 생산량 쿼터 및 각격 등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따라 회의를 앞당길 것으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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