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유조선 5척 조기선적 강행/송유관 통해 홍해 등 안전항구 이용 모색/이달 예정 70% 확보예상… 수급에 숨통페만전이 확산됨에 따라 국내원유수급계획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동자부와 정유업계는 한 척의 유조선이라도 더 들여보내 예정된 물량을 실어나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초 정부는 페만에 전쟁이 발발하면 이 지역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페만지역 항구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일단 예정대로 선적을 하고 있다.
현재 페만에는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원유를 실러 가있거나 선적을 마치고 떠난 유조선이 5척 있다.
지난 16일 사우디 라스타누라항에서 1백88만배럴의 원유를 선적,17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쌍용정유의 지브랄탈호가 18일 현재 인도양에 진입,안전하게 순항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알리항에서 60만배럴의 원유를 선적한 호남정유의 다이아몬드호는 18일 하오 9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위험지대를 일단 벗어났다.
그러나 나머지 3척은 페만에 깊숙히 들어가 있거나 호르무즈해협인근에 있어 안심을 하지 못하는 상태.
사우디 라스타누라항에서 원유 50만배럴을 실은 호남정유의 팔22호와 LPG 4만톤을 선적한 여수에너지의 제너럴호는 18일 하오 출항,호르무즈해협을 향하고 있다.
한편 UAE의 루와이스항에서 LPG 2만톤을 선적하려던 유공가스의 엔터프라이스호는 영국선적의 유조선인데 18일 상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루와이스항으로 들어가려다 영국정부로부터 입항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이날 하오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빠져 나와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
페만지역의 이 유조선들은 17일 상오(한국시간) 페만전이 발발했을 때 회항할 것을 검토했으나 선적항측에서 『안전에 이상이 없으니 빨리 들어오라』는 통보를 받고 페만에 진입했던 것.
또 이 유조선들은 당초계획보다 2∼3일 빠른 조기선적을 강행했기 때문에 20일까지의 당초 예정물량도입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일 이후에 예정돼 있는 페만으로부터의 원유도입.
각 정유사별로 보면 유공이 3백80만배럴인데 비교적 안전지대로 평가되는 오만과 이란선적분 및 UAE의 호르무즈해협 바깥 쪽에서 선적할 예정인 2백75만배럴은 당초 계획대로 선적을 강행할 방침이지만 사우디 1백5만배럴은 외국선을 빌릴 예정이었으나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해 국내도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정유는 호르무즈해협 안쪽에서 선적할 예정인 50만배럴의 경우보다 안전한 항구로의 대체를 검토중이며 쌍용정유는 1백85만배럴의 사우디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의 얀부항에서 선적하기로 했다.
한편 극동정유는 오는 23일 사우디의 라스타누라항에서 1백55만배럴을 선적키로 돼 있으나 외국유조선과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
페만전의 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좀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이달말까지의 페만원유 도입은 당초 예정분의 70% 선까지는 확보할 것으로 보여 국내수급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정부는 원유도입이 전면 중단된다고 해도 93일분의 재고가 있는데다가 월동기도 절반가량 지났기 때문에 수입차질을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쟁이 전 중동지역으로 번지고 1개월 이상의 장기화조짐을 보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카타르,사우디,그리고 UAE의 호르무즈해협 안쪽은 물론이고 그밖의 중동지역도 유조선 운항이 어려워 국내 1일 도입량 96만7천배럴의 56.6%인 54만7천배럴의 도입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전쟁이 1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당장 국내 원유수급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현재 정부는 전쟁 1개월 이내,복구 5개월 이내의 경우 수급대책에는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1개월 이상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별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이에 대비,강력한 석유소비억제시책을 준비하는 한편 정유업계와 공동으로 원유도입선 전환을 적극 추진중이지만 당장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이미 지난해 8월 페만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미주·동남아·서아프리카지역 산유국으로부터의 원유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가격 및 수송문제 등으로 단시일내에 도입선을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소련경제사절단과 우랄산 원유를 1일 2만배럴씩 도입할 것을 논의하고 있는데 일단 소련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원유보다도 등유,LPG 등 특정 유종의 부족난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일부 석유제품의 수급차질이 심화될 경우 석유소비억제시책을 유종별로 차별화시켜 시행할 방침이다.<방준식 기자>방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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