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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TV전쟁 시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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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TV전쟁 시대(사설)

입력
199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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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전쟁에선 일선과 후방이 정말 따로 없는 듯한 인상이다. 이번 페만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안방전쟁」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마땅할 것 같다. 이같은 전쟁의 안방화는 요즘 우리 국민들도 쉴 새 없는 TV의 전쟁뉴스를 보며 전쟁터에 접근해 있는 듯한 착각을 가질 정도여서 그 파급영향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는 물론 우주중계 등 첨단통신·전자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영역과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전파언론매체의 활약 탓에 가능해진 것이다.미국정부의 공식발표를 앞지른 CNN의 이번 전쟁발발 특종은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이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전쟁도 보도매체의 주목을 피할 수가 없고,보도매체들이 그 전쟁의 실상을 가차없이 세계의 안방으로 전하는 걸 막거나 속일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전쟁성격의 변화는 우리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며 엄청난 사고의 변화마저 요구한다. 전쟁당사국이 아니더라도 이제 전쟁은 강건너 불이 될 수가 없어 직·간접으로 일상생활이 그 영향권에 휘말리게 되어 모두가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이다. 전쟁소식을 온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보고 듣게 되면서 기름값이나 주식값도 세계적으로 똑같이 춤을 추는 지경이다. 또 당장 자가용이 10부제로 운행되면서 우리도 생활의 불편을 겪으면서 교민들의 안위를 생각하고 세계 및 나라경제와 함께 안방살림 걱정도 너나없이 하게 된다. 이처럼 전쟁의 안방화에서 자연스레 초래되는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는 불순한 동기나 야욕에서 쉽사리 비롯될 수 있었던 전쟁에 대한 무한한 억지력이 되면서 전쟁과 평화의 향방을 가늠하는 심판 역도 맡게 된다.

그러고 보면 온갖 제약을 이겨내고 전쟁의 안방화를 이룩해내면서 본래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언론의 역할은 참으로 위대하고 평화지향적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도 이같은 새로운 역사의 물결과 사고의 변화과정을 통해 깊은 교훈을 얻을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성은 고사하고 편협한 지역성에 아직도 안주하려는 자세,여론이란 적당히 응대하며 권력욕이나 이윤추구에만 철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잘되면 내 탓,못되면 언론 탓」으로 돌리는 못된 버릇 등도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전쟁이란 인류가 역사 이래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온갖 악덕과 파괴와 부조리가 뒤엉킨 대드라마이다. 하지만 그 드라마마저도 이제는 온 세계 사람들이 안방에서 그 추이를 손금보듯 훤히 살피기에 이른 세상이다.

특히 페만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TV 등 매체를 통해 국민과 함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착각까지 주었다. 서전에서 다국적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길래 그렇지,다국적군의 피해도 상당한 전황이었다면 즉각 미국국민의 전쟁수행 의지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라는 적 이외에 TV에 의한 안방전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의 적하고도 싸우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전쟁이 장기화하거나,다국적군의 피해가 커질 때 순식간에 반전무드를 확산시켜 부시의 운신 폭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페만전쟁은 새로운 전후방의 개념을 세워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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