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하이테크 제품은 85,86년중 7억8천만달러어치에 달했다가 그 후 90년 중반까지는 7억2천만달러 정도로 줄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작년말께 보도한 적이 있다. 작년말이라면 쿠웨이트를 강점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해 미국이 페만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던 시기다. ◆미국이 이미 판매한 첨단제품들의 대부분은 이라크가 핵무기,미사일,독가스 등을 개발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전자제품 등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상당히 후회를 했겠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러한 제품의 판매는 실은 호메이니옹 지도로 극단적 반미로 나오던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던 이라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 와서 미국은 자국이 제공한 첨단장비로 무장한 이라크의 군사력을 분쇄하기 위해서 보다 차원높은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야 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록 첨단에 속하는 장비나 기술이라 해도 그보다 몇 단계 앞선 기술과 마주치면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다국적군의 집중적인 한차례 대규모 공격으로 이라크의 주요 첨단시설들이 거의 궤멸된 데서 기술격차의 냉엄함이 실증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이라크의 핵개발에 도움을 준 무역거래를 한 업체가 적어도 1백개 업체는 됐다고 해서 해당업체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상업주의시대고 실리외교시대라 해도 팔 나라에 팔 물건을 안 팔 나라에 팔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이라크의 경우에서 드러났다고 하겠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가진 이라크는 외화수입이 99%를 석유수출에 의존하면서 그 재원의 대부분을 군비에 퍼붓고 중동지역의 패자로 군림해왔다. 이번 페만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결말지어질지는 두고보아야 하겠지만,이번 전쟁을 통해 많은 나라들이 자원관리의 문제를 포함해서 스스로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도 배우게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