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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희생」우려 지상진격 고심/부시,확전조짐속 마무리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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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희생」우려 지상진격 고심/부시,확전조짐속 마무리수 딜레마

입력
199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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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이」 공격… 단기전도 의문/후세인 제거 땐 「공백혼란」 소지전쟁 한가운데 서 있는 부시 미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인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주요 군사기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사막의 폭풍작전)을 개시한 첫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돼가고 있다』고 자신감과 만족을 표시함으로써 이번 전쟁이 단시일내에 매듭되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면서 미국 국민을 안심시켰다.

첫 공습에서 이라크군사력의 대부분이 초토화돼 강력한 반격능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개전 이틀째인 17일 이라크는 당초 우려했던 대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10여 발의 미사일로 공격,아직 「건재함」을 입증시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라크가 다국적군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반격능력을 갖고 있고 당초 호언했던 대로 이스라엘을 공격함에 따라 이스라엘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등 확전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페만전쟁은 「단시일내에 승리」라는 미국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기본전략이 「속전속결」이라는 데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결정적이고 신속한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질질 끌어 미군의 희생이 늘어나게 되면 미국내에 일고 있는 반전무드가 가열되면서 여론의 지지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개전 이틀째부터 워싱턴 관리들로부터도 벌써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아무리 신병기 등 막강한 화력으로 이라크를 제압할 수 있다고 하지만 1차적 목표가 「쿠웨이트해방」이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쿠웨이트내에 포진한 50여 만 병력과 탱크 4천대의 무시 못 할 이라크군과의 지상전이 불가피하다.

지상전은 양측 모두에게 엄청난 인명피해를 야기시킬 뿐 아니라 단시일내에 끝낼 수 있는 가능성마저 희박해 부시 대통령은 「과감한 지상진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군사력으로 볼 때 쿠웨이트뿐 아니라 이라크 본토에 대한 과감한 공격을 감행,후세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가 택할 수 있는 이같은 선택도 수월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벌써 미국과 다국적군측 일각에서 『이라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 이라크를 얼마나 더 박살내야 하는가』 『과연 사담·후세인을 제거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일고 있다.

첫날 대공습으로 이라크의 주요군사기지가 초토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최악의 패배를 안겨줄 경우 중동에서 장기적인 지역불안정 사태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국적군이 막강한 힘을 휘두를 경우 중동지역에 「힘의 공백상태」가 야기되고 그에 따라 이란 이라크 터키 등 주변국가가 그 공백을 메우거나,아니면 미국 등 서방세력 스스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리아 이란 터키 등은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대패에 뒤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라크의 완패로 인해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깨진 틈을 타 아랍권의 온건노선국가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또 다른 모험을 무릅쓸 가능성이 높고,그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평화노력을 떠맡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인들,넓게는 아랍인들에게 견딜 수 없는 치욕과 모욕을 안겨주게 되면 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아랍의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에 엄청난 반미감정을 뿌리 깊게 심어주게 될 것도 미국의 결정을 주저케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사담·후세인을 과연 제거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 난제에 봉착해 있음이 틀림없다.

후세인을 제거한다는 것은 이라크와의 지상전을 통해 바그다드점령을 의미하거나,이라크내의 특수암살공작을 수행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딕·체니 미 국방장관이 개전 첫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후세인의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았으며 바그다드 첫 공습에서도 그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은 시사하는 바 크다.

전쟁목적 가운데 후세인의 「제거」가 포함됐다면 첫 공격에서 이를 시도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 설득력을 지닌다.

대니얼·그레이엄 미 예비역 중장은 『미국은 후세인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전쟁을 빨리 끝나게는 하겠지만 미국의 핵심적 이해가 아니다』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이다.

후세인을 제거하려면 지상전이란 엄청난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하고,제거하지 않으면 후세인은 집요하게 저항할 것이라는 양면의 칼날 위에 있는 부시에게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파나마작전,페만전쟁을 치러 「전쟁대통령」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부시는 역사책에 자신의 「탁월한 업적」이 기록되겠지만 당장 페만전쟁 성패는 그의 정치적 생명과도 맞물려 있다.

부시는 현재 미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뭉치는 미국인들의 전통적 의식성향에 힘입어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지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는 분석에서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명령한 이번 전쟁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놓고 쉽게 이러지도,저러지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음이 분명하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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