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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전쟁 끝나기를…”/페만 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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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전쟁 끝나기를…”/페만 개전

입력
199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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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긴장·불안한 하루/대부분 차분·난국 극복자세에/일부선 생필품·유류 사재기도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터지고 만 17일 아침부터 국민들은 TV 라디오에 온신경을 모은 채 이 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며 불안하고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서민들은 페만사태로 물가고가 가중될 것을 우려,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희망했다. 또 중동에 가족들이 나가 있는 집에서는 안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생필품 사재기현상은 더 심해졌고 주유소 등에서는 난방용 유류가 동나 웃돈을 주어도 못 사는 혼란이 빚어졌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난국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발표,신도들에게 조속한 전쟁종식을 위한 합심기도를 당부하고 매점매석 등 경제·사회정의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날 밤 시민들은 서둘러 귀가해 가족들과 전쟁뉴스속보에 귀를 기울였으며 유흥가도 네온사인을 일찍 끈 채 대부분 일찍 문을 닫아 밤 10시 이후 거리는 한산했다.

◇주유소·상가=서울 성동구 구의동 전철역 옆 동보주유소에는 새벽부터 2백여 명의 주민이 세 겹으로 석유통을 늘어세운 채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준비한 2백20드럼이 하오 1시께 동나 1백여 명이 되돌아갔다.

송파구 잠실 6동의 S주유소 직원 김 모씨(30)는 『오전중 등유재고가 동났으며 승용차의 행렬이 대로변에 늘어서 교통경찰관까지 동원됐다』고 말했다.

백화점 슈퍼마켓 등에도 가격급등과 공급부족 등을 우려한 주부들의 발길이 잦아져 석유관련제품과 라면 화장지 등 생필품이 평소보다 1.5배 가량 더 팔렸다.

◇밤거리=평소 밤 10시 넘어까지 심한 차량정체현상을 빚던 동호대교·한남대교 등은 저녁 8시 이후 차량통행이 한산해졌고 광화문 등 도심간선도로도 11시께부터는 시내버스와 택시 등 외에 일반승용차의 통행이 드물었다.

영동,이태원,방배동 등 유흥가들도 이날 밤 손님이 일찍 끊어져 밤 9시 넘어서는 대부분 문을 닫기 시작했고 지하철 강남역 부근은 일부 여관 등 간판에만 불이 들어와 있을 뿐 일찌감치 어두운 정적에 빠져들었다.

행인들이 일찍 끊어짐에 따라 택시정류장에는 택시들이 10여 대 씩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또 광화문과 종로 등 도심 일부 간선도로를 제외한 대부분 도로가 가로등을 3∼5개 마다 1개씩만 점등,서울시내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다.

청량리역 부근 노점상 이두형씨(43)는 『평소 새벽까지 장사가 짭짤했으나 오늘은 아예 퇴근시간부터 발길이 끊겼다』며 『오늘 하루 다른 물건은 거의 못 팔았지만 신문은 평소의 4배가 넘는 1천2백 여부가 팔렸다』고 말했다.

◇경찰=경찰은 이날 상오부터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 9개 공관 주변의 경비를 강화,경비전경을 종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또 주한 미8군 각 출입문에도 경비전경을 1명씩 늘리고 차량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김포공항=김포공항 경찰대도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차량·승객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이라크대사관=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라크대사관에는 가잘버르한 대사 등 본국 직원 6명이 평소대로 상오 9시30분에 출근,AFKN TV 등을 통해 전황을 지켜보면서 정상근무했다.

한국인 근무자들은 『이라크정부로부터 특별한 훈령 등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쿠웨이트교민=지난해 8월부터 서울 양천구 신월2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시지부 청소년복지관 2층에서 집단기거중인 쿠웨이트 철수교민 10가구 32명은 전쟁발발 소식이 전해지자 TV 앞에 모여 앉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뉴스를 시청했다.

남편 유재성씨(48)와 떨어져 1남2녀를 데리고 귀국한 원현임씨(45)는 『남편이 피신했는지 걱정』이라며 『전쟁이 언제쯤 끝나 쿠웨이트로 되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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