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주력인 다국적군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상대로 편 「사막의 폭풍」 작전은 단기간내에 전쟁목적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라크군에 의해 불법 강점된 쿠웨이트가 원상회복되고 파괴된 유전시설 등이 복구돼 전세계에 대한 유류공급이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산업의 동력인 석유의 수급이 큰 차질을 빚거나 엄청난 고유가시대를 맞게 되면 세계경제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고통은 심각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번 전쟁이 장기화로 접어들면 전세계의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군의 인명피해가 예상외로 클 때 점증할 미국의 반전무드는 부시 대통령의 전쟁수행능력을 마비시킬 것이고,그로 인해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세계가 받아야 할 타격은 그 만큼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국민이 느끼는 불안이나,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중동유전 의존도로 볼 때 한국을 위해서도 작전은 빠른 시간내에 성공적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전쟁이 몰고올 영향력에 대해 충실히 대비키 위해 우리는 우선 페만전쟁의 성격과 특징,그 의의를 정리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작전은 인류가 그 동안 겪었던 국지전 중 가장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한 싸움이었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개발한 각종 신무기와 첨단장비가 총동원되었다. 각종 전자첨단장비의 개발로 야밤중에 대규모 공습작전을 폈으면서도 대낮에 진행된 것 이상으로 고도의 정확한 명중률을 과시했고,비장의 신장비인 통신교란기가 이라크의 미사일들을 일시 무력화시키는 등 재래전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냉전시대 동서대결에 대비해 수십년간 비축해놓았던 군수품을 일거에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광신적인 독재자의 야욕에 의해 야기된 전쟁은 선량한 이라크 국민에게 처참한 파괴와 실상의 비극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쿠웨이트를 불법 무력 점령한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다국적군을 맞아 이슬람성전을 주장하고 있지만,속셈은 중동 산유국중의 패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석유를 무기로 하는 중동재편의 구상인 것이다. 따라서 다국적군에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국가가 참여한 것은 이라크의 의도를 저지하려는 다른 아랍국가들의 공동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초전에서 다국적군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을 보며 세계는 후세인의 수수께끼를 한 동안 풀지 못할 것 같다. 다국적군의 엄청난 전력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그는 왜 개전을 막지 않았을까,쿠웨이트에서 왜 철수하지 않았을까.
이라크는 한국전 이래 UN의 이름으로 무력에 의해 응징되는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탈냉전시대의 미소간 신데탕트 때문에 모처럼 UN이 강대국의 거부권행사라는 벽에 부딪치지 않게 된 상황의 덕을 본 것이지만,사실은 주요 가입국이 모두 중동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특수한 사정이 UN을 결속시킨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C국가는 40∼50%,한국·일본 등은 60%의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산유국이면서 「후세인 저지」라는 목적에서 미국과 입장이 같은 소련의 향배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전쟁의 주역은 미국이다. 중동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12%선에 불과한 미국이 왜 정권의 사활을 걸고 페만전쟁으로후세인을 몰고간 것일까. 탈냉전시대에 따르는 질서 재개편을 주도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의무때문이었을까. 소련이 내정에 쫓겨 초강대국의 자리를 포기함에 따라 후세인의 후견인역 역시 포기,제3차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힘을 과시하게 된 것인가. 미국의 의도와 입장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전쟁이 미국 자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2차대전 이래 미국은 중동산유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적 우방관계를 중심으로 이란의 팔레비왕을 도왔고,그가 몰락한 뒤는 이라크를 지원하여 호메이니의 이란을 견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후세인에게 허를 찔리기까지 중동가운데에 비행장 하나 제대로 마련할 수가 없았다.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쿠웨이트 수복의 목표를 완수하면 중동유전을 향한 미국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된다. 에너지를 장악한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세계 에너지의 보고인 중동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힘이 증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련이 초강대국의 자리를 내놓음에 따라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력에 관해서는 일본에 뒤진다하더라도 적어도 서기 2천년대까지는 초군사대국으로서,국제정치의 막강한 슈퍼파워로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개막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과 한반도의 안보면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은 이러저러한 배경과 전망 때문에 페만사태와 그 이후에 전개될 미국의 영향력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그것이 페만전쟁을 보는 우리의 시각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페만전쟁과 그에 따른 후유증이나 여파에 관해 지나치게 불안해 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측면이다. 물론 서전에서 보인 이라크의 취약한 응전력을 가지고 이라크의 전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좌우간 세계가 후세인의 전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던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래서 전쟁은 세계의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주가가 오른 것이 시사하 듯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일 육전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사람들은 다시 태어나는 자세와 열의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페만전쟁에 따른 오일쇼크로 더욱 악화될 경제사정과 지자제선거 등으로 해서 가중될 정치불안을 합해 놓으면 진짜 총체적 난국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만전쟁을 나의 전쟁,우리의 전쟁으로 받아들여 과소비를 줄이고 향락퇴폐풍조를 몰아내며 검소하게 열심히 일하는 풍조를 다시찾아,그것이 난국돌파의 추진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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