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모든 일정취소 “비상태세”로/공격 30분전 첩보… 신속대응 청와대/원유수급등 구체작업 착수 기획원/외무 교민 대피상황 매시간 체크/노동 잔류근로자 철수지원 골몰페르시아만에서 「예고된 전쟁」이 터지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기민한 움직임 속에 위기관리체제에 들어갔다.
○…노태우 대통령은 페만전쟁 발발 직후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을 통해 미측의 개전통보를 공식적으로 접수한 뒤 전쟁발발에 따른 우리 정부의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도록 지시.
○미 “신속한 지지 사의”
청와대는 이에 따라 즉각 부시 미 대통령에게 「미국이 취한 결연한 군사적 조치를 전폭 지지한다」는 내용의 노 대통령 전문을 보내고 정부대변인 최창윤 공보처 장관에게 성명을 발표토록 조치.
노 대통령은 이어 상오 10시 긴급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구체적인 정부대응책 마련을 5가지로 요약해 지시.
노 대통령과 청와대당국이 페만 개전과 동시에 신속하게 대응을 한 것은 전쟁발발 2시간 전부터 미측으로부터 사전귀띔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후문.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노 대통령의 친서와 정부대변인 성명,노 대통령의 내각에 대한 지시,긴급국가안보회의 소집 등은 전쟁에 대비해온 준비사항 중의 하나.
그레그 주한 미 대사는 이날 상오 청와대에 『우방국 중 가장 먼저 한국이 전폭지지의 친서를 보냈다』고 밝히고 『한국의 신속한 지지표명에 백악관을 대리해 사의를 표한다』고 인사.
노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했는데 당분간 「비상태세」로 국정을 집무해나갈 것이라고 주변인사들이 전언.
○2시간 전 임박통보
○…개전에 대한 미국측 최초의 귀띔은 이날 상오 7시께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 국무성으로부터,동시에 김 외교안보보좌관이 그레그 주한 미 대사로부터 『전쟁이 임박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이어 개전 직후인 상오 9시3분께 미 국무부의 앤더슨 차관보대리가 주미 한국대사관에 개전 공식통보를 해왔고,상오 9시10분과 15분 사이 그레그 대사가 이상옥 외무장관과 김 외교안보보좌관에게 공식통보.
그러나 실상 우리 정부는 개전 30분 전 미측의 정보소식통으로부터 구체적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외교안보보좌관은 이에 대해 『상오 8시30분에 밝힐 수 없는 군사정보소식통으로부터 이종구 국방장관이 전쟁과 관련한 「모종의 정보」를 받았고 이 정보는 즉각 노 대통령에게 직보됐다』고 확인.
김 외교안보보좌관은 『통상 전쟁발발 시점인 H아워는 우방국에 통고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이번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
○…이날 하오 2시10분 청와대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맨처음 이상옥 외무장관이 페만사태 추이를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
의장인 노 대통령은 『페만전과 관련,우리의 안보 및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의 소집목적을 설명.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노재봉 국무총리서리,이승윤 최호중 부총리,서동권 안기부장,이상옥 외무,안응모 내무,정영의 재무,이종구 국방,이희일 동자,최창윤 공보처 장관과 외유중인 김동영 정무제1장관 대신 윤여전 보좌관 등 국무위원과 정호근 합참의장,정진태 안보회의상근위원,정해창 대통령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등 27명이 참석.
○…외무부는 상오 8시20분께 정례적인 실·국장회의를 갖고 있던 도중 주미 대사관으로부터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문을 접수하고 이상옥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
○안전지역 대피지시
정부비상대책본부장인 이기주 제2차관보는 곧바로 주병국 주사우디 대사와 직접 전화통화를 갖고 교민들의 안전여부를 확인한 뒤 사우디 동북부 위험지역의 교민 3백80여 명을 남부의 안전지역인 제다로 대피시키도록 지시.
이상옥 외무장관은 이어 상오 11시께 다시 간부회의를 소집,현지 교민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한 뒤 미주국,중동아국 등 직접 관련부서 외에 다른 부서 직원들도 전원 대기토록 조치.
한편 전쟁발발 후 사우디 카타르 등 이라크 주변국 주재 공관은 모두 매시간 전문을 보내 『교민들의 안전은 이상없다』며 지역별로 마련한 대피계획을 실행중이라고 보고. 특히 사우디는 동북부지역 3백80명의 교민이 제다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타전.
○「속전속결」에 안도
○…이날 상오 긴급소집된 국방부대책회의에는 4성 장군에서 소장까지 고위실무자 22명이 참석했으며 40분 회의중 10분간은 이례적으로 공개.
이 장관은 『우리 군은 의연하고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나가자』고 당부했는데 회의는 시종 긴장된 분위기.
국방부관계자들은 페만전 발발 시기를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한때 23일께로 예상하기도 했는데 전황이 「속전·속결」의 예상된 틀을 따라갈 조짐을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 빠르면 22일 파견될 군 의료지원단 본대는 창군 이후 처음으로 우리 수송기로 파견하려 했으나 3일이나 걸리게 돼 다른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출발 당일 서울공항에서 성대한 환송식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
○…교통부는 해외운항 항공기와 선박들에 대해 페만지역 운항을 통제토록 하고 자동차 10부제 실시지침을 내리는 등 국내외로 전문을 보내고 지시를 내리는 등 부산.
이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페만사태와 관련,『건의할 게 있다』며 교통부에 전화를 걸어 『자동차 10부제 운행은 너무 약한 것 아니냐. 격일제로 해야 된다』는 등 호통을 쳐와 가뜩이나 바쁜 관계자들을 당혹케 하는 모습.
○…노동부는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남아 있는 한국인 근로자 처리문제 등의 현안을 가지고 있는 직업안정국을 제외하곤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
○“10부제 운행 약하다”
직업안정국은 잔류근로자 철수지원대책과 귀국근로자 지원 등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
특히 페만사태 노동부 비상대책반인 해외고용과는 잔류근로자 현황파악을 하느라 직원 모두가 전화통에 매달려 있는 모습.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들은 전쟁이 발발하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관련분야별로 비상대응책을 협의하는 등 예정대로의 행보.
기획원은 이날 상오 이승윤 부총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전쟁발발을 전제로 수립해 놓은 비상대책을 토대로 앞으로의 원유수급 및 유가 조정문제,에너지절약시책 등을 논의.
기획원은 또 중동지역 근로자와 교민의 철수 군 의료진의 파견과 관련,예비비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는 한편 현재 재특이 활용하고 있는 1조1천억원의 석유사업기금 상환방안을 검토중이며 전쟁상황에 따른 유가인상세부작업에 착수.
○비상대응 예정된 행보
상공부는 전쟁발발과 동시에 비상연락체계를 즉각 가동,관계기관 및 관련기업과 함께 현황파악에 나섰다. 상공부는 이날 A급 위험지역으로 분류한 이스라엘 사우디 요르단 시리아 등 4개국에 대한 수출어음보험의 인수를 즉각 중단시키고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이집트 터키 이란 등 8개국에 대한 수출어음보험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
페만대책반을 가동중인 건설부는 이라크에 잔류중인 현대건설 직원 및 근로자 22명의 안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일단 16일 하오 바그다드 외곽으로 대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도.
건설부는 또 이라크 이외의 중동지역 건설업체에게 신규공사의 수주를 중단토록 하고 특별한 경우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긴급지시하고 각 현장과 본사와는 24시간 연락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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