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주공목표/패색땐 전격 휴전 소지/다국적군 이라크 점령전까진 저항 전망미국 등 다국적군이 17일 새벽 이라크의 전략거점에 대한 대공습을 개시함으로써 페만은 대전에 휘말려들었다.
이날 작전에서 다국적군은 2시간 여에 걸친 1차 대공습으로 이미 이라크 공군력을 거의 궤멸시키고 이라크가 자랑하는 최정예지상부대인 공화국수비대도 무력화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가 개전 초기에 이처럼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은 사담·후세인 대통령의 운명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세인 대통령은 공습 후 5시간 만에 발표된 성명을 통해 『위선적 범죄자들의 도발이 시작됐다』며 『승리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코란을 계속 방송하고 있는 바그다드 라디오방송도 『이라크는 결코 항복치 않을 것』이라며 거듭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이 같은 자세로 볼 때 후세인은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의 패배가 명백해지더라도 쉽사리 다국적군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은 전쟁 이전에 많은 보상을 받고 명예롭게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스스로 이를 걷어차고 전쟁을 선택한 인물이다.
후세인이 처음부터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미국이 이처럼 빨리 공격하지는 못할 것으로 「오판」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 경위가 어떻든 간에 전쟁의 화살이 시위를 떠난 현상황에서 후세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후세인의 선택은 자신의 전략보다는 다국적군이 전쟁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사막폭풍작전이 쿠웨이트 탈환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 이라크점령과 같은 전면전은 배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아직은 쿠웨이트를 탈환할 지상공격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단 후세인으로서는 이라크군의 전열을 수습,반격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이럴 경우 주요 공격목표는 그들이 계속 위협했듯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유전지대가 될 것이다.
이라크군은 이미 수 발의 스커드미사일로 사우디를 공격했으며 쿠웨이트에서도 인접한 사우디 유전지대를 포격했다.
이라크가 초기에 이스라엘을 공격치 못한 것은 이스라엘을 겨냥,배치한 스커드미사일기지가 공습으로 파괴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측 주장대로 이라크가 다국적군을 위협하는 최대무기였던 화학무기나 미사일이 완전 파괴되고 지상군 중에서도 정예공화국수비대가 무력화됐다면 이라크는 실질적인 반격능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후세인은 이번 전쟁을 가능한 단시일내 끝내려는 미국의 의도를 저지키 위해 이란과의 8년전쟁과 같은 장기소모전을 모색할 것이다.
동시에 이란·리비아·예멘 같은 반미적인 아랍국가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고도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가공할 화력으로 무장한 다국적군이 중동 전 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 아랍국들이 군사적 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세인이 「최후의 항전」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쿠웨이트 완전철수를 조건으로 한 휴전제의이다. 미 CNN TV는 이라크 공군이 궤멸되고 쿠웨이트 방어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정예공화국수비대도 결정적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휴전선을 제의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국적군이 이라크 영토를 진격해 들어오지 않는 한 후세인이 굴욕적인 휴전을 자원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미국은 후세인이 휴전을 제의할 경우 쿠웨이트 철수 이상의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 조건들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12개항의 이행 이외에도 후세인의 퇴진이나 이라크군 감축,이라크 민주화 등이 될 수도 있다.
또 이라크의 패배가 분명한데도 후세인이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면 이라크군부 등 내부세력이 후세인을 제거하고 다국적군측에 휴전을 제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세인은 그에게 맹종하는 일부 측근세력에 둘러싸여 있고 그의 가족들조차 거처를 모를 만큼 비밀리에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예상된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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