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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전쟁/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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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전쟁/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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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섯 살 된 아들녀석이 요즘 매일같이 물어온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펭귄은 뭘 잡아먹고 살아?』 『고양이는 왜 쥐만 보면 잡아먹어?』 그림책에 보이는 동물마다 닥치는 대로 질문을 던져 일일이 대답하기가 성가실 지경이었다.『원숭이는 고양이를 잡아먹을 수 있어?』 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가 하면 『아빠 얼룩말은 싸우는 거 좋아해? 기린은? 호랑이는?』 하더니 『사람은?』 하고 물어와 대답을 궁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동물끼리의 이기고 지는 승부나 좋은 나라 나쁜 나라의 구별이 명확해야만 하는 아이에게는 그런 것들이 궁금한 것 같다. 로봇을 들고 『변신』 『합체』하고 외치고 뛰어다니며 전쟁놀이에 정신이 없는 아이는 TV에 군함이며 전투기,탱크가 계속 나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전쟁은 끝내 터지고야 말았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해보자면 인간은 결국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인 셈이다. 서로가 내심으로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면서 엄포와 으름장,허세로 대결해온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과 이라크의 전쟁은 세계를 공포와 불편,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며칠 전부터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15일 하오 2시의 정례 민방위훈련 사이렌이 울렸을 때 괜히 놀라기까지 했던 사람들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등유를 사려고 주유소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1인당 40ℓ로 제한판매를 하고 있으나 이름 적고 파는 것도 아니므로 가족들이 총동원돼 계속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다. 기름수송이 늦어 재고가 없는 시간에는 빈 기름통들이 약수터의 물통처럼 사람 대신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가가 등락하는 것은 증권시장의 생리상 그렇다치더라도 금을 매석하고 백화점에서 비상식량을 구입하거나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는 것은 어이가 없다. 그들의 행태를 일률적으로 천박한 호들갑이라고 매도할 수야 없겠지만 약삭빠르고 영악하며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 행동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가 전쟁에 휘말렸거나 전쟁 일보 전의 위기에 빠진 상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체면이나 염치를 팽개치고 자기의 불편이나 어려움만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아귀다툼으로 난장판이 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페르시아만의 전쟁으로 우리는 17일부터 국민생활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게 됐다. 이 전쟁은 우리의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 전체의 위기대처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전쟁은 우리들의 전쟁이며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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