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포성은 터지지 않았지만,쿠웨이트 위기는 사실상 전쟁상태에 들어갔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은 단계적인 정치·군사·외교적 절차를 5개월 남짓의 기간을 통해 진행시켜,이제 모든 「전쟁 전 절차」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전쟁의 단추를 어느 쪽에서 언제 누르느냐 하는 것뿐이다. 세계 역사상 이런 전쟁은 인류가 미처 경험한 일이 없었다. 분명히 예상된 전쟁의 목표를 앞에 놓고,이라크와 유엔의 아국적군은 유감없는 전투준비를 해왔다.무엇보다도 이번 전쟁은 냉전시대의 산물인 동서 양쪽의 첨단무기들이 대량 동원되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의 무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수 아래 소련의 최신장비로 무장한 이라크가 미국과 서방측의 최첨단 무기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어쨌든 우리는 지금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했던 초현대적 대규모 전쟁과 어느 순간엔가 맞닥뜨릴 것이다. 이 전쟁에서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의 패배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이 염려하는 것은 얼마만한 희생을 치르고 이기느냐 하는 데 있다.
미국이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단기전으로 끝낼 작정인 것은 분명하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애스핀 위원장에 의하면 미국의 목표는 이라크점령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쿠웨이트 해방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이 22년 동안 이라크를 호령해온 후세인 체제에 치명적인 정치적 몰락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후세인 대통령이 표성이 터지기 전에 스스로 쿠웨이트에서 물러설 가능성을 기대하는 소리도 있다. 탈냉전시대 국제적 정의를 위해,그리고 전쟁의 대가를 치러야 되는 세계와,무엇보다도 이라크국민 자신을 위해 구원의 길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이제 역사상 전례없는 이 전쟁의 참극을 기다리는 상태에 있다.
아직도 군사적 대결상태에 있는 우리로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전쟁」에 민감해야 되는 입장에 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어 전쟁이 미치는 찬바람에 견디기 위해서는 단단한 각오와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쟁은 수출이 줄고,뛰는 기름값으로 무역적자가 늘고 물가가 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올 봄 지방선거까지 겹쳐 경제적인 시련은 겹칠 것이다.
쿠웨이트전쟁이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면,전쟁에서 밀려오는 경제적 압력도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 10부제 운행이나 제한송전 같은 소꿉장난식 에너지절약정책으로 대책을 세웠다고 만족할 일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올해의 국가경제운영계획을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전쟁 자체보다도 우리에게는 전쟁이 가져올 경제적 압력이 더 큰 문제다. 이 어려움을 기업과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한다.
다국적군의 승리가 확실하다 해도,역사상 유례없는 이 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될 시련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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