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국경·해안에 병력집중/후퇴없는 옥쇄작전… 사우디유전에 미사일 공격이라크의 방어전략은 기본적으로 소련의 작전개념을 원용하면서 지난 8년간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막」이라는 특수상황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최우선 전략목표는 무엇보다도 피로 얻은 쿠웨이트를 효율적으로 사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라크는 58만명이라는 대규모 병력을 쿠웨이트와 이라크 남부지역에 집중배치,결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국경에 참호구축 등 강력한 방어요새를 구축하고 쿠웨이트 주둔병력을 4개 지역으로 분산배치하고 있다.
이라크 방어요새는 사우디와 쿠웨이트국경선을 따라 불도저를 이용,약 13m 높이의 모래언덕을 인공적으로 구축한 뒤 그 밑으로 대전차방어용 도랑을 파놓았으며 2∼3층의 철조망을 쳐놓고 지뢰를 무수히 묻어놓는 등 2차대전시 독일군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연상케 한다.
이 요새 바로 뒤에는 사막의 모래를 이용,은폐·엄폐된 탱크와 대전차공격무기가 배치돼 있고 참호 속에는 중무장한 이라크군들이 임전태세에 있다.
이라크군들은 다국적군의 공습과 포격에 대비,소위 모랫속에 「여우굴」을 뚫어놓고 이를 통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재 이라크군의 제1방어선에는 5개 보병사단과 1개 기갑사단이 배치돼 있다.
페르시아만과 접해 있는 해안선에도 5개 보병사단과 1개 기갑사단이 다국적군의 상륙부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제1방어선의 병력들은 다국적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공격해올 경우 도랑에 석유를 붓고 불을 질러 이를 저지하고 각종 대전차무기로 반격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결코 후퇴명령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해 자신들이 파놓은 참호가 그대로 무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 전략문제연구소의 제임스·블랙웰 박사에 따르면 사막과 해안선의 이라크군 12개 사단은 다국적군과 함께 옥쇄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1방어선에서 20∼30㎞ 뒤에는 3개 기갑 및 3개 보병사단이 제1방어선을 돌파하고 진격해오는 다국적군을 공격하기 위해 포진해 있다.
이들 병력 바로 뒤에는 또 이동능력이 뛰어난 2개 사단이 대기하면서 제2방어선의 취약한 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3중 방어선을 구축한 이라크는 마지막으로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수비대를 쿠웨이트와 이라크국경지대에 배치,마지막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화국수비대는 이란과의 8년전쟁에서도 최전선에서 떨어진 후방 쪽에 배치됐다 전황이 불리하면 출동해 반격작전을 펴 뛰어난 전과를 거둔 바 있다.
공화국수비대는 3개 기갑 2개 기계화사단과 1개 보병사단으로 구성됐으며 무기도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 병력은 참호 속에서 은폐돼 있으나 이미 그 위치가 노출돼 있어 집중적인 공중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벙커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라크군들이 공화국수비대의 지원을 받아 끈질기게 항전할 경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개전될 경우 이라크군이 얼마나 집요하게 저항할지 정확한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2차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군의 알라메인 대회전에서 영국이 1만3천명,독일이 3만2천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전쟁의 주무대가 쿠웨이트고 직접 지상군끼리 전투가 벌어지겠지만 이라크영공에서도 다국적군과 이라크군의 공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열세인 이라크 공군은 개전 초기 다국적군에 괴멸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라크는 이미 이 경우를 고려해 공군조종사 중 일부를 「자살특공대」로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알 후세인과 알 압하스미사일을 이스라엘과 사우디유전을 향해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라크의 군사력을 너무 과장할 필요가 없으나 결사항전의 의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전세는 다국적군의 우세한 전력보다는 이라크군의 사기와 정신무장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라크군의 전투정신은 이미 이란과의 전쟁에서 증명된 바 있으나 그 당시는 같은 이슬람교도들과의 전쟁이었다.
종교도 체제도 다른 이교도들과의 싸움에서 이라크군은 의외의 전투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라크의 유일한 이점은 정신전력면에서 미군 등 다국적군 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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