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트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에 종교적 뿌리/세계 제1차대전 이후 식민지 통치 땐 독립투쟁으로/참전 이슬람교도 “의무·영광”유엔의 철군요구 최종시한을 일축하고 가공할 다국적군의 화력과 맞서고 있는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결사항전의 태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라크 언론들은 14일 자신들은 『페만전쟁을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췄으며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세계의 10억 회교도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페만사태 이후 일관해온 이라크의 이러한 언동은 단순한 선전·선동이 아니라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이라크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이 말은 후세인이 「겁없이」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힘의 배경은 그의 1백만대군이나 파괴적 무기 등이 아니라 바로 이슬람과 아랍 민족주의라는 뜻이며 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이 후세인이 부르짖는 이슬람 성전(지하드)이다.
따라서 이슬람교도나 아랍인에게 있어 이 성전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페만사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성전이란 단어가 갖는 막강한 위력은 현재 아랍 각국에 불길처럼 번지는 친후세인 시위나 심지어 다국적군에 군대를 파견한 파키스탄에서도 회교 지도자들이 이라크 편에 서서 성전을 벌일 지원자들을 규합하고 있는 사실 등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또 이라크와 8년전쟁을 치렀던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지난해 9월 『미국과 침략 및 페만정책에 대한 투쟁은 알라신을 위한 지하드로 간주될 것이며 이를 위해 죽는 사람은 누구나 순교자』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슬람 지하드,즉 성전은 이슬람 세계의 확대 및 방위를 위해 이교도와 싸우는 전쟁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전에 참여하는 것은 이슬람교도의 필연적 의무이며 또한 영광이기도 하다.
아랍민족은 과거 성전의 깃발 아래 뭉쳐 스페인에서 인더스강에 이르는 이슬람 대제국을 건설했다.
7세기초 메카를 중심으로 이슬람교를 창건한 예언자 모하메트가 『한 손에 코란,한 손에 칼』이란 구호를 외친 것은 성전이 신앙의 한 쪽 기둥임을 뜻하는 것이다. 모하메트는 성전에서 희생된 사람은 순교자로 천국을 보장받는다고 가르쳤다.
아랍 역사에서 성전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진 시기는 중세 십자군전쟁이었다. 11세기말 이슬람제국의 예루살렘 장악으로 촉발된 십자군전쟁은 그리스도권과 이슬람권이 종교적으로 격돌하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1백70년간 계속된 이 전쟁은 이슬람의 승리로 끝났으며 이 때 예루살렘왕국을 멸망시킨 살라딘 칼리프(모하메트 후계자)는 지금도 아랍인들이 가장 추앙하는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이다.
후세인은 이번 페만사태도 기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현대판 십자군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십자군전쟁에서 출발한 아랍민족과 서방의 대결관계는 1차대전을 전후한 서방세력의 아랍 식민지화와 이스라엘 탄생을 통해 화해할 수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오스만·터키제국의 약화를 틈타 중동지역을 다투어 점령한 영국과 프랑스는 1차대전이 시작되자 전쟁이 끝나면 독립을 부여하겠다고 약속,아랍인들을 전쟁에 끌어들였으나 전쟁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신 아랍영토를 그들의 이해에 따라 임의로 분할하고 각국에 형식적 자치권만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쿠웨이트도 이라크에서 떨어져나왔으며 이것이 이번 페만사태의 불씨가 됐다.
이후 아랍 각국에서는 독립을 위한 봉기가 잇따랐으며 이런 투쟁도 성전으로 일컬어졌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통해 성전의 의미는 공격적인 성격보다는 이슬람 영토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해졌다.
오늘날 아랍인들이 흔히 말하는 성전은 주로 이스라엘에 빼앗긴 팔레스타인 땅을 되찾자는 구호인 경우가 많다.
후세인은 이 같은 배경에서 페만사태를 팔레스타인문제에 연계시키려는 전략을 펴왔고 아랍민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슬람세계에서 성전은 전쟁만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은 아니며 삶 전체가 성전으로 인식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적 교리를 따르는 노력도 성전이며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는 일 역시 성전이다.
그만큼 성전이란 이슬람교도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사로잡는 성스러운 단어이다.
그러나 성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이번 페만사태는 후세인이 주장한 대로 성전이 될 수 없는 측면도 적지 않다.
그것은 성전이 되려면 이교도가 이슬람국가의 영토를 침략하는 상황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라크군이 사우디나 이집트 등 다른 아랍국가와 싸우는 전쟁은 성전이 될 수 없다. 또 이라크가 다국적군을 향해 선제공격을 가할 경우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전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후세인이 대미 성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많은 서방학자들은 페만사태가 평화적으로 끝나든,전쟁으로 끝나든 사담·후세인이 결국 아랍인의 새로운 우상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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