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계획적인 기습공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항공편대가 오하우섬을 폭격한 지 한 시간이 지난 뒤 주미 일본 대사는 미 국무장관에게 「평화」를 원한다는 외교문서를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기만적인 속임수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본인은 일본에 대한 선전포고안의 동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1941년 12월7일 일본이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의 미 해군기지를 기습침략한 다음날 프랭클린·루스벨트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직접 낭독,제안한 대일선전포고 동의안 내용이다. 당시 뉴욕타임스지의 표현대로 「일본의 더러운 침략」에 분노한 의회는 거의 만장일치로 이를 승인,거국적으로 대일전에 나섰다. ◆전쟁선언은 전쟁개시의 의사표시다. 중세에는 전의표시로 「도전장」이 전달되었으나 17세기부터 선전포고의 관행이 시작됐다. 선전포고 전쟁 또는 개전선언이라고도 하는데 전쟁개시의 방법으로는 「최후통첩」과 「적대행위」가 있다. ◆1907년에 구미 국가들간에 체결된 「개전에 관한 조약」에선 국가가 전쟁을 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를 붙여 선전을 포고할 것과 개전의사는 사전에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당한 이유없이 전쟁에 호소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의도에서였다. 따라서 41년 미국의 대일선전은 진주만기습이 합당한 개전이유와 사전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당당한 응징성 반격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략으로 빚어진 페르시아만사태는 모든 평화적 노력이 거의 무위로 돌아가 개전문제가 초읽기에 접어들었고 전세계의 관심은 중동에 집중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의회로부터 개전승인을 얻기는 했지만 대일전 때처럼 만장일치가 아닌 「힘겨운 승인」인데다 국내외의 반전세력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싶다. 아무튼 전쟁이 일어날 경우 원유확보는 말할 것도 없고 허약한 경제가 거대한 돌풍에 휘말릴 우리나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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