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일이다. 한자리 숫자를 지키기 위해 연말 가까이에 와서야 인상한 각종 공공요금과 페르시아만사태에 영향을 받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맞물려서 물가상승은 이제 비상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사태의 중대성을 감지한 노 대통령은 일요일인 13일 노 총리를 비롯한 경제관계 각료들을 청와대로 불러 조속한 대책강구를 지시했다고 들리거니와 장관자리를 걸고 물가잡기에 전념하라는 노 대통령의 질타가 있었다고 해서 물가상승 추세가 쉽게 잡힐 것인지 국민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청와대회의를 마친 후 관계장관들은 따로 모임을 갖고 약 1시간반 동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의에서 마련했다는 「물가안정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총력대응책」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내외의 모든 여건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고 그 중 어떤 부면에서는 여건조성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국민들이 정부의 물가대책을 어느 만큼 믿고 따라가 줄 것인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관계장관들이 장관자리에서 물러날 각오를 굳히는 것까지는 나무랄 것이 못 되나,그들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물가상승에서 입는 서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이 덜어질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선도역할을 한 공공요금 인상 덕분인지,새해부터 줄줄이 뜀뛰기를 시작한 개인서비스요금의 기세를 보면 올 물가가 한자리 수에 머물기는 어려울 것 같고,기름값이나 지자제선거 등을 감안할 때 국민간의 인플레 기대심리는 갈수록 더 증폭될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대책을 논의할 때마다 맨먼저 임금의 한자리 수 고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라고 마구 뛰는 물가상승 추세 속에서 한자리 수 임금인상을 감수하고 있을 것 같지 않으며 또 그들이 반발할 수 있는 근거와 이유는 벌써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23%나 올랐는데 근로자에게만 한자리 수 임금인상을 강요한다면 형평상으로도 어긋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수긍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요금의 경우 2백원이 2백50원으로 25%가 인상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통근근로자들에겐 실질적으로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60회분에 9천6백원이던 통근승차권이 없어지고 20회분에 4천5백원씩을 받고 있으나 60회분이면 1만3천5백원,인상률로 쳐서 39%가 넘는 것이 된다. 교통비 절약을 위해 승차권을 이용하던 통근자들은 일거에 40%나 오른 요금을 물고 있는 꼴이다. 이와 같은 숫자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물가상승폭까지 합친다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지수는 실제보다 훨씬 높을 것이 명백하다.
팽창된 재정규모를 그대로 둔 채 통화회수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책의 강구가 뒤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당국의 노력이 어떤 방법과 경위를 통해 실을 맺을 것인지 이해되기 어렵다고 하겠다. 더욱이나 물가상승요인이 있다고 해서 이를 모두 물가에 반영시키는 정부정책이 지속되는 한 물가는 잡히기 어렵다. 아직 확정은 안 되었으나 지금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각종 버스요금,전기·가스요금,고속도로주행료 등이 대폭인상으로 낙착된다면 올 물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 꼴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부는 하루속히 구체적이고도 실천의지가 증명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물가대책을 마련해서 국민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가라앉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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