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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한파… 악몽의 5일간/난파선원 7명 극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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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한파… 악몽의 5일간/난파선원 7명 극적 구조

입력
199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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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껴안고 오줌·바닷물로 추위 탈진 견뎌/그냥 스쳐간 배도… 코앞에 유조선 “살았다”/숨진 선장 위기 속 시종 선원 독려만 5일간 고무보트에 의지해 추위와 허기를 이겨내고 13일 극적 구조된 경복 2호 선원들은 인천항에 내리자마자 악몽을 되뇌고 바다에 수장된 선장 고성수씨(33·부산 영도구 신선동 3가 101)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흐느꼈다. 모선의 침몰 직전까지 침착하게 선원들을 무사히 구명정에 옮겨 태운 뒤 함께 사투하다 구조되기 이틀 전 고씨가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고 선장은 표류기간에도 선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손수 고무보트에 넘쳐 들어온 물을 퍼내며 사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선장 고씨는 11일 하오 3시께 『물을 달라』며 고통을 호소하다 기관장 고종실씨(25)에게 주민등록증과 돈을 맡기며 『꼭 살아 돌아가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구조된 기관장 고씨는 동상에 걸려 팔과 다리가 퉁퉁 부은 채 고 선장의 눈물겨운 사투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경복 1호(98톤)와 선단을 이뤄 서해안 격렬비열도 부근으로 홍어잡이를 나갔던 경복 2호는 지난 6일 갑자기 기관고장을 일으켜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관장 고씨는 온갖 수단을 다해 기관을 고치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선장 고성수씨는 이 사실을 경복 1호에 알리고 예인을 요청,8일 경복 1호에 의해 예인중이었다.

경복 1호와의 거리는 1백20m 정도였으나 워낙 파도가 높아 두 배가 충돌,모두 침몰할 위기에 빠지게 되자 선장 고씨는 예인로프를 끊었다.

로프를 끊는 순간 집채만한 파도가 경복 2호의 선수를 내리쳤다. 파도를 맞는 순간 경복 2호는 복원력을 잃고 쓰러져 침몰됐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선장 고씨는 즉시 10명을 태울 수 있는 구명보트(무동력선)를 내리고 전 선원에게 하선명령을 내렸다. 갑작스런 하선으로 식량도 구급약도 싣지 못한 것은 물론 선원 대부분이 작업복만 입은 채 맨발로 뛰어내렸다. 기관실에 있던 기관장 고씨 등 3명은 다행히 장화를 신고 뛰어내렸다.

이때의 위치는 격렬비열도 서쪽 78㎞ 북위 36도39분 동경 1백25도 해상.

구명정에 올랐으나 먹을 것도 통신장비도 없이 영하의 추위와 높은 파도,굶주림과 기약없이 싸워야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선장 고씨는 『기어이 살아야 한다』며 선원들을 격려했다. 선원들은 허기를 때우기 위해 자신의 오줌을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맨발로 뛰어내렸기 때문에 오줌은 고 선장 등의 장화에 받아 차례로 마셨다.

이틀까지는 오줌을 받아 마셨으나 3일째 되던 날부터는 먹은 것이 없어 오줌도 나오지 않아 바닷물로 입술을 적시며 배고픔을 견뎌냈다.

낮에는 그런대로 햇볕에 의존해 지낼 수 있었으나 밤에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부등켜 안고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냈다.

표류 2일째 되던 날은 구명정의 바람이 빠져가는 것 같아 모두들 실망에 빠졌다.

파도가 철썩 거릴 때마다 바닷물이 구명정에 넘쳐 들어와 선원들은 장화로 바닷물을 퍼냈다.

선원들은 표류하면서 주위를 지나는 3척의 어선과 3척의 대형 상선을 발견,손을 흔들었으나 구조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선원 김영식씨(30·서울 종로구 혜화동 5의37호)는 『야속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표류 3일째 되던 날 선장 고씨는 더 이상 허기와 추위를 이기지 못한 채 숨을 거뒀고 다음날인 12일 새벽에는 선원 한재규씨(30·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271)가 숨졌다.

동료들이 차례로 숨지자 나머지 선원들은 더욱 의지력을 잃어갔다.

심한 추위 속에 손과 발은 모두 얼어붙었고 허기로 빈사상태에 있던 선원들의 눈에 커다란 배가 띈 것은 13일 상오 11시께. 이 순간 선원들은 『이제야 살았구나』하며 기대 속에 마지막 힘을 내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흔들어대며 구조를 요청했다.

울산에서 기름을 싣고 인천항으로 가던 노르웨이 국적 유조선 싱가엘로나호(총톤수 1만8천톤) 선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인천=김명룡·곽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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