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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냄새 짙어가는 페만… 희망은 남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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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냄새 짙어가는 페만… 희망은 남아있나

입력
199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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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후세인 “아직은 평화여지”/이라크의회 「막판양보」 가능성/안보리 통한 불 최후의 중재도/반전론·리비아등 철군촉구 쌍방에 타협명분 소지『여전히 평화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쟁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한 「마지막 중재」 임무를 띠고 이라크를 방문,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페레스·데·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이 프랑수아·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파리에 도착하면서 던진 말이다.

케야르의 이 애매모호한 발언은 미테랑과의 회담이 끝난 뒤 「확실하게」 비관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케야르는 『후세인과의 회담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솔직하고 분명히 밝히자면 진정한 희망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본인이 가졌던 희망도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뒤바뀐 이같은 발언기조는 시시각각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페만사태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사실 케야르 사무총장의 이라크방문 이후 양 진영의 자세는 조금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은 채 더욱 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이라크측의 움직임을 보면 14일 상오 10시(한국시간 하오 5시) 개막된 이라크비상의회는 전쟁을 모면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취할 지 모를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에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결사항전을 결의하고 쿠웨이트 불포기의사를 재확인했다.

미국측의 자세도 이라크 못지 않게 단호하다. 미 상·하 양원은 12일 조지·부시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개전권을 부여하는 무력사용 결의안을 각각 통과시켰고 부시의 페만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샘·넌 상원 국방위원장도 결의안이 통과된 이상 대통령중심으로 뭉치자고 주장했다.

또한 중동국가를 순방중인 베이커 미 국무장관을 수행중인 한 고위관리는 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동맹국들로부터 대이라크 개전시기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전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양 진영의 최고사령관격인 부시와 후세인 모두가 페만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부시는 의회가 전쟁수행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기자회견에서 『의회의 결의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가 아니며 나는 아직도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후세인도 「이라크에서 철수의사를 표명하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도이·다카코(토정다가자) 일본 사회당 위원장에게 『우리에게 굴복을 요구하지 않는 한 우리도 평화의 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표명을 고려해 볼 때 주목되는 것은 14일 비상소집된 이라크의회와 그보다 반나절 뒤에 소집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다. 후세인이 자신의 「거수기」에 불과한 이라크의회를 서방측에 대한 중대한 양보조치를 취할 때면 적절히 이용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7일 이라크가 쿠웨이트와 바그다드에 억류중인 모든 외국인인질을 석방하겠다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라크의회의 결의를 통해서였다.

이라크의 의회가 결사항전을 결의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이는 미 의회의 전쟁수행 결의안에 대한 대응조치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며 상황변화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 평화이니셔티브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철군 시한 31시간을 앞둔 14일 하오 5시(한국시간 15일 상오 7시) 소집되는 유엔 안보리회의도 평화와 전쟁을 결정하는 마지막 유엔회의라는 점에서 역시 주목된다.

케야르 사무총장은 유엔본부에 귀환하기 전 미테랑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외에도 롤랑·뒤마 프랑스 외무장관 및 EC의장국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도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이 연쇄회담을 통해 케야르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후세인의 「양보내용」을 전달하고 수용여부를 타진했을 공산이 높다.

이러한 사태진전을 고려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추리가 가능하다. 이라크의회가 조건부 철군과 같은 양보제스처를 보임으로써 케야르가 안보리에서 끌러놓을 후세인의 양보안의 신빙성을 높인다. 안보리에서 이라크측의 양보안에 대한 의견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롤랑·뒤마 프랑스 외무장관이 급거 이라크로 날아가 최후의 중재를 시도한다. 뒤마 외무장관은 마지막 순간에 이라크를 방문할 의사가 있음을 누차 공표해온 터이다.

철군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양 진영에 기존의 완강한 입장에서 한발짝씩 물러설 구실이 생겼다는 사실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과 서구에서의 결렬한 반전데모와 이라크측의 입장에 동조해온 리비아와 예멘 등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서방 진영에서는 EC국가들이 반전여론을 들어 미국측에 양보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고 이라크는 범아랍적인 철군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이 어느 정도 명분을 부여할 것이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13일 케야르 사무총장과 회견을 하고 난 뒤 『나는 전쟁이 발발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15일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날짜일 뿐』이라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러한 낙관론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느냐의 여부는 14일 비상소집된 이라크의회의 진행과정과 유엔 안보리의 토의내용이 답해줄 것 같다.<유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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