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씨 21년만에 밝히다/“성일군 아버지 정일권씨”/거짓자백으로 19년 억울한 옥살이/출소 후 4차례 문전박대… 배신감말도 많고 설도 많았던 정인숙양 살해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이며 정양의 아들 성일군(70년 당시 3세)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정양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하다 19년 만에 출소한 정양의 오빠 정종욱씨(55)가 14일 『나는 범인이 아니며 성일군의 아버지는 당시 국무총리이던 정일권씨』라고 주장해 정양 살해사건이 사건발생 21년 만에 또다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이날 당시의 사건은 완전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사건당시 범인들로부터 오른쪽 허벅지에 총격을 입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와 조사를 받던 중 아버지(정도환씨·78년 사망)가 면회 와 「성일이 아버지가 뒤를 봐준다고 했으니 일단 네가 동생을 쏘았다고 진술해 사건의 파문을 진정시키라」고 말해 거짓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사건 당일인 70년 3월17일 하오 11시40분께 동생을 서울 2자262호 코로나 뒷좌석에 태운 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0의7 동생 집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장차림의 남자 2명이 다가서더니 「정 총리의 급한 심부름이 있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일군의 아버지로서 당시 1주일에 1번씩 들르던 정 총리의 심부름이라기에 의심없이 차문을 여는 순간 그들은 갑자기 동생에게 권총 2발을 쏘았다』고 말했다.
정씨에 의하면 신장 1m75㎝ 가량의 20대 남자인 이들은 이어 조수석과 뒷 좌석에 나누어 탄 뒤 총부리를 자신의 옆구리에 들이댄 채 차를 한강변 절두산 쪽으로 몰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차가 절두산 성당 앞에 이르렀을 때 「잘못하면 나도 죽겠구나」 싶어 오른손으로 범인을 밀치며 달아나려다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었는데 범인들은 대기시켜둔 지프를 타고 달아났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조사를 받을 당시 아버지가 극구 「성일이 아버지가 봐준다니 네가 쏘았다고 해라」고 말해 한 번 허위자백한 게 20년 징역형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당시를 떠올린 정씨는 이같은 사실을 20년 만에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처음엔 곧 석방될 줄 알고 기다렸으나 계획적인 음모에 속아 넘어간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89년 4월 출소 후 4차례나 정일권씨를 찾아갔으나 옛 비서를 통해 4천5백만원을 건네줬을 뿐 만나주지도 않는 등 자신을 배신한 데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 성일군(대학 재학중)마저 문전박대를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간적 배신감에서 이를 폭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씨에 의하면 정 전 총리는 매주 한 번씩은 서교동 집에 들러 성일이를 안아주며 놀다갔으며 성일군도 정씨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다는 것. 그러나 정씨는 당시의 범인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범인 2명 중 한 명이 평소 안면있는 무교동의 건달 김 모씨와 닮았다는 것만 기억할 뿐 다른 것은 모른다』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정씨는 또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동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일군의 아버지가 정씨임이 분명할 뿐 그 이상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3선 개헌의 후유증으로 들끓던 70년대 벽두의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정인숙양 사건은 정씨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곧 재심청구를 내고 성일군도 정 전 총리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낼 계획이어서 또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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