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페르시아만의 전쟁발발 여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은 14일 의료진을 파견함으로써 싫든 좋든 중동전에 개입하게 되었지만 국내적으로 치러야할 몇가지 전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작년 10월 선포된 「범죄와의 전쟁」에는 정부가 예비군 병력까지 동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갈수록 가세될 조짐이고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전쟁도 본격적으로 벌어질 모양이다.이 두가지 전쟁에 못지 않게 지금 치열하게 불붙고 있는 것이 지방의회선거를 깨끗하게 치르기 위한 공명선거 캠페인이다. 「부정선거와의 전쟁」은 범죄나 물가전쟁과 마찬가지로 정부당국이 나서 전의를 번득이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이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들과는 다르고 그래서 성공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검은 14일 전국 50개의 지검 지청의 선거사범전담 수사반장회의를 소집,본격전에 돌입하기로 했으며 치안본부도 이날 전국 경찰서별로 선거사범수사전담반과 선거사범고발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당국의 태세표명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것이어서 의례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보다 먼저 선수를 치고나온 일반시민단체의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이다. 우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2일부터 선거부정고발창구를 개설하고 시민들로부터 고발과 제보를 접수하고 있으며 기독교계 19개 교단 대표들은 「공명선거실천 기도교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각종 여성단체에서도 선거감시기구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YWCA는 회원들을 주축으로 선거감시단을 구성하고 부정 불법사례를 접수하는 고발센터를 개설키로 했고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이미 부정선거고발센터를 발족시켰고 전국 25개 지회별로 유권자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한국부인회 역시 1월중에 감시단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식층이나 대학생들까지 전국적으로 나선다면 87년의 6월 항쟁에 버금가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선거때만 되면 늘 그랬듯이 이번 역시 여야의 각 정당에서도 고발센터를 운영하겠지만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둔 일이 없는 것이 전례였다. 여야 각 정당의 후보들이 모두 공범인데 누가 누구를 고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시민의 고발정신과 감시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선거비리를 처단하는 것은 결국 정부당국이기 때문에 시민의 감시기능은 유권자나 후보에 국한하지 않고 정부당국에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안된다.
시민이 제보하고 고발한 불법 부정사례가 제대로 처리되는지,여당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아닌지,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선거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다.
그 동안 연하장 달력을 뿌리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금품을 돌리는 등 사전선거운동 사례가 숱하게 발견되었는데도 국민의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당국에 대해 우선 시민단체들이 조속한 의법처리를 촉구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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