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한국노총(노동조합총연맹)이 이번 지방의회 의원선거에 후보를 내는 등 본격적인 정치활동의 뜻을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지금까지 줄곧 노조의 정치참여에 「엄금」 자세를 견지해온 정치권에서 허용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태도변화라 하겠다.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헌법에 국민 모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노조와 그 구성원들도 마땅히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관계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적법하게 정치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은 물론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히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이달말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노동조합법 등 관계법이 합리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설득시켜야 하며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성급하게 정치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총이 제시한 정치활동계획은 사뭇 의욕적인 인상을 준다. 그들은 기성정당을 통해서는 근로자의 권익과 의견을 신장·대변할 수 없다면서 자신들이 대표를 내어 직접 활동할 뜻을 선언했다. 즉 이번 지방의회선거에 광역에 60여 명,기초의회에 1백여 명의 후보를 각각 내세우는 한편 민주화 촉진을 위해 재야 민간단체와 공명선거 감시활동을 펴며 또 정치·경제·사회민주화에 저해되는 인사의 각급 의회 진출을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노조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을 손질해야 한다. 동법은 12조에서 노조는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조합원들로부터 정치자금의 징수는 물론 노조기금의 정치자금 유용도 엄금하고 있다. 그러나 노총이 이 조항만 삭제하면 당장이라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은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노협 등 일부 노조 임직원의 후보제한을 규정한 국회의원선거법(32조1항)과 지방선거법(35조1항) 그리고 정치자금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치자금법(12조5항)을 고쳐야 한다.
이들 법조항을 손질할 때는 반드시 「활동의 일정한 한계」를 설정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이는 노조는 특수한 성격의 단체,즉 구성원이 많은 수의 근로자인만큼 이들의 활동의 강도에 따라서는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조나 노조 출신의 각급선거의 입후보자 및 의원들의 활동영역은 근로자의 합리적인 권익향상과 노동환경개선 등을 추진하는 범위에 국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일 노조가 의회에 대표자를 진출시키는 것을 계기로 사실상 정당활동을 벌일 경우 노조결성의 근본 취지와도 어긋날 뿐더러 단체 성격을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노조의 정치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원칙도 노조가 엄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행동은 법과 질서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 사용자측의 몰이해와 불합리한 태도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정치활동 과정에서 뜻에 맞지 않거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농성,단식 그리고 불법적이고 과격한 행동 등은 일체 삼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민주적인 원리에 합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타협과 협상이다.
셋째 노조다운 활동을 해야 한다. 즉 기성정당과 정치인의 행동과 몸가짐을 어설프게 모방하지 말고 근로자와 서민층의 이익을 대변하는,노조다운 활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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