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사일 견제 위해/개입땐 미 동맹 균열확실/“최악의 시나리오…” 현지 위기의식 고조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요르단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요르단 침공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따른 이라크의 대이스라엘 보복공격에 이어 전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페만사태 최악의 시나리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요르단 언론들의 기대섞인 관측이다. 요르단의 신문과 방송들은 최근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접경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를 연달아 내보내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전투태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다르·바드란 요르단 총리를 비롯한 정부관리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바드란 총리는 지난 9일 의회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요르단 침공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요르단은 이집트·시리아·이라크와 함께 이스라엘의 침략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바드란 총리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요르단 접경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이라크도 요르단정부의 동의가 없이는 요르단 국경 안으로 진입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바 있다』고 전했다. 바드란 총리의 이 발언은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요르단 영내로 이동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불길한 조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요르단침공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바드란 총리의 진단이다.
호스니·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어떤 상황하에서라도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개입은 즉각적으로 미국이 주장하는 반이라크동맹에 균열을 가져오게 되므로 그런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도 있다. 요르단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결연히 맞설 것임을 과시하기 위해 요르단 영토의 일부 점령 혹은 전면적인 요르단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정부와 군부의 지도부가 현재 이라크의 이스라엘 공격시 요르단 침공문제를 놓고 내분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암만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신문 「알라이」는 11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해결에 진짜 걸림돌은 미국』이라고 지적하고 팔레스타인문제에 관한 유엔결의안은 곰팡이가 슬어도 그만두면서 아랍의 내부문제인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여부를 놓고 미국식의 「새로운 세계질서」만을 강조하는 부시 행정부의 이중성을 비난했다.
알라이신문의 이같은 논조는 이곳 암만은 물론 아랍세계 일반에 스며있는 「반제국주의적 아랍주의」의 무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중동의 군사강국인 이스라엘과 이라크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인구 3백만의 요르단 사람들 가운데도 요르단이 이번에 자칫하다가는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강대국간의 일전불사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요르단인들의 좌절감은 깊어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