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크게 수정되리라는 것은 벌써부터 짐작되어 오던 터이지만 10일 정부가 확정한 UR 최종협상안은 지난해 10월의 당초 협상안보다 대폭으로 후퇴한 내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이승윤 부총리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한 UR협상 수정대책 및 한미 통상 대응방안을 보면 농산물수입 개방에서 15개의 NTC(비교역적 기능품목) 품목을 쌀 등 최소한의 식량안보상 전략품목만으로 줄이고,한미 통상관계의 개선을 위해 미국측의 정당한 요구는 이를 적극 수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그 동안 한국은 UR협상에서의 미숙한 기술로 말미암아 딴 회원국들로부터 불필요한 미움을 많이 사왔으며,특히 미국·호주 등 케언즈그룹(농산물수출국)은 공공연히 한국을 협상에서 가장 비협조적국가의 하나로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대표가 지난 UR협상에서 EC,일본 등과 입장을 같이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그들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나 NTC라는 개념 자체가 대부분의 협상참가국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너무 강력히 고집한 탓에 케언즈그룹의 미움을 더 크게 사게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 부총리의 말대로 미국 등 주요 협상국이 한국을 가장 비협조적 국가로 공개 비난하고 있는 한,앞으로 한국이 입게 될 통상상의 피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게 될 것이므로 우리측의 신축성 있는 대안마련은 필수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정부의 새 협상안은 농산물 부문에서 NTC품목의 실질적인 철회뿐만 아니라 시장개방과 국내보조금 감축시 유예기간 대신 이행기간만 장기화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시장접근 비율도 상향 조정토록 하고 있다. 또 서비스 부문에서는 부문별 개방계획서를 작성,다음 회의시에 제출키로 하고,관세의 무세화 협상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대 UR전략 수정은 비현실적인 요구나 주장으로 우리나라가 입게 될지도 모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사실 UR협상 진행방식을 보면 협상주도국간에 타결이 이루어질 경우 여타 국가들은 그 결과에 대해 찬반여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전무하다. 주도국간의 타결안을 수용하거나 그를 거부하고 협상에서 탈퇴하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는 처지에서 자유무역의 수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수용 이외의 딴 선택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종전의 NTC품목 선정이 UR협상을 위한 대외용이었다기보다 오히려 국내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국내용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될 만큼 정부의 NTC품목 선정은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 농민들을 이번의 전략수정은 어떻게 납득시킬 것이며 그들의 불만을 무슨 대가 제시로 최소화시켜야 할 것인지 정부는 최대한의 성실성과 신중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할 줄로 안다. 정부는 쌀 등 식량안보 대상품목에 대해서는 끝까지 개방예외 입장을 지키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그것이 UR협상에서 인정받게 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볼 때 농어촌에 대한 정부지원책은 더욱이나 내실있고 가시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진다.
한미간 통상마찰 해소를 위해 세제면에서나 규제·단속·대우 등 면에서 많은 양보를 하고 미측의 정당한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은 이해되지만 그 결과가 결코 줄 것은 다 주면서 욕은 욕대로 먹거나 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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