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동심”… 새환경선 쉽게 좌절/지시일변도 교육 지양/등반·야영등 자연과 직접체험도 늘려야/스스로 시행착오 겪게고교국어교사 윤 모씨(31·여·경기 안양시)는 최근 한국일보의 「어린이를 강하게 키우자」 시리즈취재팀에게 자신이 교육자로서 참담한 심정을 느꼈던 실례를 전해왔다.
윤 교사는 방학전 학생들을 인솔해 교외행사에 참석했다가 전교 수석이며 학생회장인 학생(17)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학생은 윤 교사에게 학교와 독서실만을 오가다 보니 지리를 잘 모른다며 집에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물은 것이다.
윤 교사는 『차세대를 짊어질 청소년,특히 어린이들이 우물안에서 과보호만 받고 자라 인간박제처럼 된다면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며 아이들에게는 어릴때부터 적극적인 사고습관을 길러주고 호연지기를 심어줘야 독립성과 지도력을 갖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선망과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이 학생은 비록 모범학생이었지만 「우물」밖을 나와서는 역경을 이겨낼 줄 모르고 한차례 삭풍에도 가지가 꺾여버릴 것 같아 학부모와 상담까지 했다고 윤 교사는 털어놓았다.
물론 학부모의 과보호는 폭력 유괴 교통사고 등 사회병리현상과 정비례해서 증폭되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주변은 범인성업소의 난립 등으로 유해환경이 된지 오래고 조금만 벗어나면 사방이 「적색지대」임은 말할것도 없으며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의 놀이공간은 점점 협소해지는 데 어린이들에게 모험심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주문은 무리일지 모른다. 특히 과외공부를 하지 않으면 학교성적이 향상되지 않고 피아노 미술 바둑 등 학원을 다니지 않을 경우 「전인교육」을 못받는 아이로 취급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환경보다는 부모가 자신의 아들딸을 장래의 거목으로 성장시키려면 자녀교육의 고정관념과 틀을 과감히 깨뜨리고 이제까지 「하지 말라」투성이의 지시일변도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주말가족나들이의 경우만해도 백화점 쇼핑이나 음식점 순례 등으로 그칠것이 아니라 기회있을 때마다 교외나 산을 찾아 자연을 접하게 해 줄것을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해서 협동심을 키워주고 진취적인 기상을 몸에 익힐 수 있는 청소년 야영장이나 학습장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초중고에는 보이스카우트 아람단 적십자반 등 서클이 있으나 운영상 문호가 일부에만 열려있는 데다 여름수영캠프,겨울스키스쿨 등 사회단체나 특정기업에서 모집하는 각종 야외캠프는 가입회비 등이 너무 비싸 일부계층 자녀들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Y국교 학부모 송건수씨(39·회사원)는 지난 연말 아들(11)과 함께 학교에서 개최한 부자등반대회에 참가했던 1박2일을 잊지 못한다.
적십자반(RCY)에 소속된 어린이 50명이 아버지와 함께 지도교사의 인솔로 배낭을 메고 계룡산 동학사로 겨울등반을 갔었다.
송씨는 『아들은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여행도 좋아했지만 여관에서 가진 토론회,5시간동안의 등산길에서 평소에 못하던 얘기를 아버지와 선생님들과 나눈 것을 보람된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릎이 깨지면 모래로 피를 닦고 뒷산을 놀이터로 삼던 어린시절을 보낸 회사원 박 모씨(40)는 새장에 가두다시피 자녀들을 과보호해 온 것을 반성하고 있다.
지난 여름 박씨 부부는 4살이 갓지난 막내를 유치원의 2박3일 캠프에 보내고 난 뒤 안절부절 못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검게 탄 얼굴로 『첫날밤에만 엄마가 보고 싶어 울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박씨 부부는 이후부터 자녀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시골출신인 이 모씨는(40·회사원·서울 중랑구 면목동)는 11,16세의 두 딸에게 전원생활의 아름다움과 꿈을 키워주기 위해 무슨일이 있어도 방학때마다 고향인 경남 산청으로 보낸다.
이씨는 『어린시절 가재잡던 시내나 소먹이던 뒷산언덕에서 가졌던 꿈들은 평생 추억으로 가슴속에 고향같이 남아있다』며 『딸들도 처음엔 시골생활이 불편하고 친구들도 사귀지 못해 불평했으나 할아버지의 농삿일도 거들고 방학생활을 끝내고 오면 성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아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윤 모시(38·회사원·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아들(15)에게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튼튼하게 자라달라」는 우스갯소리를 자주하며 휴일이면 등산을 함께한다.
검정고시와 아르바이트로 대학을 나온 윤씨는 『고난과 역경에 부딧힐때마다 산에 올라 새 힘을 얻었다』며 『아들도 산의 포용성을 이해하는 듯 또래보다 대범한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Y국교 교사 이 모씨(28·여)는 『어린이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형태의 경험을 하고 고난은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이겨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시켜 주는 일이 교사 등 기성세대의 책무』라며 『어린이들의 박제된 꿈과 동심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위인전을 읽고 독후감을 서로 토론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문용린 교수(교육학)는 『일본에서도 나약한 어린이가 사회문제가 되어 요시다·도시히로(길전이박)가 쓴 「프라이드교육」이란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고 지적,『어린이들이 올바른 사고와 전향적인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성장,거목이 되려면 부모 학교 사회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한다』고 말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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