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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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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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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에 찍힌 새해 인사는 대개 근하신년이다. 올해는 이것을 「근신년」으로 줄이는 게 알맞을 것 같다고 어느 친구가 뼈있는 농담을 한다. 억지 해석을 달자면 축복까지는 바라지 말고 알아서 삼가고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당부를 앞세운다는 뜻이다. 새해 시작의 조짐이 밝지가 않다. 어쩐지 울적하고 걱정거리가 널려 있는 것만 같다. 페르시아만의 전운이 언제 불벼락을 때릴지 모른다. ◆이 북새통에 가계가 앞뒤로 협공을 당하고 있다. 앞을 가로막고 선 물가의 기세가 등등하다. 목욕료·숙박료가 선두에 나서 기습인상을 주도하더니,대중음식값과 세탁비가 제2파로 맹공을 가한다. 3파 4파로 물가 파상공세가 계속 대기중이다. 전기 수도 버스요금이 줄지어 인상을 기다린다. 뒤에서 달려드는 괴외비 지출은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놓을 수밖에 없다. ◆작년 한 해는 범죄와의 전쟁에 편할 날이 드물었다. 이것도 그나마 제대로 끝장을 못본 판국에 또다른 전쟁에 대비해야 하게 되었다. 다급한 상황에 몰린 물가와의 전쟁은 앞날이 참으로 난감하다. 융단폭격이 가해질 것만 같아 방어책이 막연할 따름이다. 사회적 합의가 강조되나 그것을 도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정부의 물가정책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서비스요금이 껑충 뛰자 고작 위생감시라는 헌칼을 뽑아 내두른다. 그래도 안 되면 세금으로 기세를 꺾어보겠다고 벼르고 있기는 하다. 자율에 맡기겠다고 헛기침이나 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쩔쩔매는 꼴이다. 전가의 보도인지,조자룡의 헌칼인지 알 수 없으나 징세 만능주의가 얼마나 통할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심상찮은 물가기류에 경제부처는 무슨 까닭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소신도 의지표명도 없다. 또 한 번 한자리 수에 맞출 짜깁기 궁리에 몰두해 있는 것일까,그 속을 알아낼 재간이 없으니 더욱 딱한 노릇이다. 그런 사이 물가는 더 오르고 더 뛸 것이다. 뛸 것이 뛴 다음에야 물가와의 전쟁이나 선포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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