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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결정 신중하자(사설)

입력
199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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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국방부 장관이 폐만으로서의 전투부대 파병검토를 시사했다고 한다. 이 장관의 발언이 여러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지극히 원론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때가 때이고 사안이 사안인만큼 예기치 않은 파문을 한때 불러일으켰다.페만사태가 무력충돌 단계로 악화되면서 전쟁이 터졌을 경우 닥칠 엄청난 파급효과에 정부는 물론이고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때이다. 중동유류에 나라경제의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미 결정된 2억2천만달러의 군사비분담은 국제도의상 어쩔 수 없다 해도 군 의료단 파견결정이 우리 안보환경이나 오늘의 국제정세 속에서 과연 국익에 전폭 부합하느냐에 걱정도 있었던 터이다. 더구나 지난 64년의 월남파병 당시를 상기하고 있는 국민들은 의료단 파병이 전투부대 파병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 『전투부대 파병은 검토한 바 없다』고 명확히 밝혔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느닷없이 국방장관의 입으로 전투부대 파병시사가 나왔으니 당장 정치적 파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이 이렇게 벌이지자 정부는 「만약 사태가 악화될 경우 유엔참전국에서 강력하게 요청할 때… 검토할 문제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일단 파문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나라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를 국민적 이해는 물론이고 정치적 지지바탕을 확보할 틈이나 여유도 없이 섣불리 거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전투부대 파병시사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의 몇 가지로 밝히고자 한다.

첫째 국익판단이나 전투부대 파병여부 같은 문제는 좀더 신중하게 국론집결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점이다. 페만전쟁은 장기전 양상의 월남전과는 그 성격이 다르고 세계정세도 냉전시대가 끝나 국익이 체제를 앞서는 시대이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 군사적 남북 대결상태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에 섣불리 동참논리에 빠져들 수는 없는 것이다. 독일 등 나토가맹국들마저 군사지원은 하고 있으나 전투병력 파견은 삼가고 있고 소련·중국·일본도 마찬가지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유류뿐 아니라 교역·건설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막중한 이해가 걸린 아랍국과의 관계설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페만사태란 단순히 이라크와 서방세계와의 대결차원만으로 좁혀 볼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지금은 많은 아랍세력이 반후세인 전선에 동조하고 있다지만 전쟁이 터져 장기화될 경우 범아랍민족주의가 공고해져 이스라엘과의 대결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아랍측의 뿌리깊은 반감을 사게 마련인 전투부대 파견은 장래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끝으로 정부당국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라크 제재에 앞장선 미국조차 지금 전쟁동의를 얻기 위해 의회의 눈치를 살피며 로비를 벌이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로서는 더욱 신중하고 철저히 국익에 맞는 합당한 결정을 내리는 길이 있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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