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지휘로 단계별 도상연습/물가폭등 대비 일일점검 돌입/원유 조기선적독려·수에즈 통과 수출 물량까지 확인/이라크·사우디 공관 “현지분위기 긴장… 교민대피 총력”미·이라크 협상이 결렬로 끝난 가운데 유엔이 정한 이라크군 철수시한인 15일이 다가오자 정부는 전쟁발발에 대비한 초비상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개전시 유가충격에 의한 경제난이 엄습할 것을 상정,11일 부터 물가의 일일 점검체제를 갖추는 한편 전쟁발발 가상시나리오를 분석,단계별 도상연습에 몰두하는 등 사실상 노재봉 총리서리의 직접 지휘 아래 범정부적인 24시간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 관심 지대
○…청와대는 최근 들어 연일 정해창 비서실장·김종인 경제수석·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 등이 정부의 페만 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
노태우 대통령은 페만사태 추이와 정부의 대응방안 마련 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정부대책에 한 치의 차질도 없도록 하라』고 청와대 및 정부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언.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미·이라크간의 제네바회담 결렬 이후부터 서서히 긴장되어 가는 듯한 분위기.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1일 『페만 정세분석 결과 미·이라크간의 전쟁발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고 『이미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의 노 대통령에 대한 대책보고 계기로 내부적으로 비상 대비상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전언.
이 관계자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전쟁은 단기간내에 끝날 가능성이 커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다각도의 비상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
이 관계자는 『전쟁이 발발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민들의 불안심리의 증폭 현상』이라면서 『정부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
○부처간의 공조 강조
○…총리실은 개전에 대비,조만간 원유수급 에너지절약대책 등 각종 문제를 총괄하고 각 부처의 실천태세를 점검할 「총괄점검반」을 구성키로 하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
노재봉 국무총리서리는 이날 상오 간부회의에서 『페만사태는 외무·국방·동자부 등 관련부처만의 일이 아니다』면서 『전부처가 자기 일로 생각해 관련업무를 챙기도록 하라』고 내각의 「공조」를 당부.
노 총리서리는 또 『총리실이 각 부처의 페만대책 및 실천내용을 1차적으로 점검하고 총괄하라』고 지시.
노 총리서리는 페만사태의 악화로 인한 물가폭등에 대비,『오늘부터 물가의 일일점검 태세를 갖추라』고 말하면서 관련 경제부처들이 『다음주 국무회의 때 물가대책을 보고하겠다』고 보고해 온 데 대해 『한가한 자세로 임하지 말고 조속히 보고하라』고 일침.
총리실은 페만사태로 국내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경우로 ▲전쟁발발 ▲전쟁의 장기화 ▲중동 인근의 유전파괴 ▲후유증으로 인한 유가폭등 등을 상정하고 각 단계에 따른 대책을 관련부처에 지시.
또한 에너지 절약과 관련,정유업자·차량운수업자·각종업소 등에 대해 관할기관들로 하여금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당부.
○교민 육로대피 강구
○…외무부는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연말부터 중동·아프리카국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해 오다 지난주말부터 24시간 비상대기 태세에 돌입.
외무부는 아직 통신망이 끊어지지 않은 바그다드의 우리 대사관과 직접교신을 계속하며 수시로 현지상황에 대한 보고를 접수하고 대책을 지시하는 등 철야로 분주.
외무부는 특히 이라크에 남아 있는 근로자 등 교민 90여 명과 공관원들을 최단시일내에 철수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책마련에 부심.
외무부는 항공편은 모두 예약돼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육로로 국경을 빠져나가는 방안을 강구중. 그러나 요르단 쪽은 피란민이 몰려 신속한 대피가 어렵고 터키 쪽도 병력대치로 철수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이란을 임시 대피처로 선정.
이에 따라 외무부는 주이란 대사관에 전문을 보내 이란 정부측과 교민대피시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교섭을 지시.
또한 주한 이란 대사관측에도 긴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
한편 공관직원에 대해서는 최봉름 주이라크 대사의 책임 아래 철수시기를 결정토록 지시했으나 공관직원들을 교민대피가 끝난 뒤에야 마지막으로 철수하게 될 듯.
교민들은 현재 40여 명이 출국비자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나머지 교민들도 출국허가를 받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현지 보고.
○두려워하는 표정 역력
○…주 이라크 대사관은 유엔이 결의한 철수시한인 15일이 임박해 옴에 따라 바그다드시내에 전운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언.
최봉름 대사는 특히 『바그다드는 현재 극히 위험한 상태에 있으며 교통 편이 없어 이라크를 빠져나가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기자들이 바그다드에 들어오는 것을 자제토록 해주기 바란다』고 급박한 현지사정을 타전.
최 대사는 또 『시민들이 전쟁에 대비하는 듯 식품류가 품귀를 빚고 있는 가운데 빵가게의 줄이 길어지고 휘발유 구입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신민들은 「후세인 지지」와 「반미성역」을 외치고 있으나 두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고 묘사.
그는 『교민은 최대한 철수시킬 방침이나 고가건설장비관리 등을 이유로 소수근로자를 남기려는 건설업체가 있고,귀국 후 생계대책 등을 들어 귀국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어 전원 철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부연.
○…한편 주병국 주사우디 대사는 이날 하오 본사와의 긴급통화에서 『사우디 교민 4천9백여 명 중 접경지역 거주 주민은 1천2백여 명 정도이며 건설관련 필수요원을 제외한 가족들은 이미 안전지대로 이동을 시작했다』며 『리야드주민은 유사시 제다 쪽으로 이동할 것이며특별기 투입을 고려중』이라고 설명.
주 대사는 『쿠웨이트 접경인 동부지역에서 군 수송차량과 탱크 등의 활발한 이동이 목격되고 있다』며 『사막에서 간간이 전차의 실탄 사격연습 광경이 눈에 띄고 후방에서도 방독면 판매가 부쩍 늘었다』고 현지상황을 전언.
○외무부와 정보교류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는 페만사태의 진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외무부와 정보교류채널을 24시간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개전 이후 예상되는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등 도상연습에 분주.
동자부는 석유 배급제 등 사태 단계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유업계의 원유도입 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선적일정을 앞당기도록 독려.
상공부는 특히 전쟁발발시기를 전후해 수에즈운하 등 인접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실린 수출상품의 물량까지 확인하는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정광철·이영성 기자>정광철·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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