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요르단)=이상석특파원 제1신/페만국들 평온속 깊은 공포감/터키 “이라크군 8백여명 탈출”/사우디근로자 “어떻게 돌아가나” 본보에 국제전화기자의 첫눈에 들어온 요르단 암만국제공항의 모습은 이라크에서 긴급탈출해온 피난민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미이라크간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표정은 『겉으로는 평온하다』라는 의외의 답변이었다.
▷요르단◁
바그다드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요르단의 암만공항은 페만지역에서 탈출하려는 수많은 각국 인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으며 암만바그다드 항공권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
또한 이라크에 일단 들어간 뒤에는 출국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는 내용의 이라크 현지분위기가 암만시내에 알려져 긴장감은 더욱 고조.
○광장 곳곳 반미구호
▷바그다드◁
이들에 의하면 1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바그다드의 전통시장인 「수크」 상인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나는 행인을 호객하느라 분주했으며 번화가인 사둔가의 교통량도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모습이었다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변에 늘어선 식당들에는 점심 때가 되자 전통 회교음식인 구운 잉어요리(마스구프)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빽빽히 몰려들었고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태공의 한가한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는 것.
그러나 철군시한이 눈앞에 박두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징후는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제성 반미·반전성토대회와 주유소 식품가게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주유소에는 차량마다 휘발유를 가득 넣고도 가져온 여분의 플라스틱통에다 가득 채우느라 크게 붐볐다. 이라크 석유부는 전쟁에 대비해 연료 등을 가정마다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물량을 대량으로 방출했지만 언제나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
○…철수시한이 임박했음에도 불구,이라크인들이 외견상 평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분석도 갖가지.
암만의 한 언론인은 8년여의 이란·이라크전을 통해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이라크인들이라 그만큼 전쟁에 대한 공포심도 무디어졌다고 풀이. 대이란전 막바지에 이란측의 장거리미사일이 간혹 바그다드에 떨어졌지만 대다수의 바그다드시민들은 이에 익숙해지자 「불꽃놀이」 정도로 치부,「즐기기」까지 했다는 것. 또다른 분석은 이라크인들의 낙천적 성품에 기인한다는 것.
○…바그다드를 빠져나온 서방인들은 그래도 전쟁의 결과에 대해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공격을 개시한다면 우선 미국 등 다국적군 공군기의 가공할 만한 공습이 감행될 것으로 이라크인들도 믿고 있어 이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
◎외신이 본 현지표정
▷쿠웨이트◁
이라크 점령하에 있는 쿠웨이트인들은 개전이 임박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빵 등 식료품을 사재기 위해 가게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품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쿠웨이트에서 돌아온 여행객들이 전언.
그러나 유엔의 최종시한인 15일을 「해방의 날」로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은 대부분의 쿠웨이트인들은 오히려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며 하루가 지날적마다 ×표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미·이라크외무장관회담이 결렬된 후 이스라엘국민들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라크가 텔아비브를 우선적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고조되자 이스라엘당국이 이를 무마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
이즈하크·샤미르 이스라엘 총리는 TV를 통해 『긴장할 이유가 없다. 국민 모두는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게 전부다』라며 국민들이 진정해줄 것을 호소.
그러나 전쟁 공포감은 계속 확산돼 상점에는 식료품을 비축하려는 인파들이 북적거렸으며 팔레스타인인들도 사재기 열풍에 가세.
○…페만전 발발과 함께 점령팔레스타인인들의 집단적 봉기를 우려하고 있는 이스라엘당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쟁이 터질 경우 전투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
○사우디 전비 절반부담
▷사우디◁
미·이라크외무장관회담이 결렬된 후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중인 다국적군은 이라크와의 결전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
대규모 군차량 행렬들이 사막을 가로지른 고속도로를 통해 쿠웨이트 접경지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백 대의 M1애브럼스탱크를 실은 대형트럭들도 속속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의 페만 주둔비용과 모든 대이라크전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것이라고 반다르·빈·술탄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가 11일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밝혔다.
▷터키◁
8백여 명의 이라크 병사들이 군을 이탈,인접 터키로 탈출했다고 투르구트·외잘 터키 대통령이 11일자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르비,부시와 통화
○…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1일 조지·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페만사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련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으나 자세한 대화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은 11일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안과 관련,오랜 침묵을 깨고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들은 페만에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중동평화회담 개최에 찬성할 것』이라고 강조.<외신=연합>외신=연합>
○…페만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국면으로 치달음에 따라 이라크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국적군이 포진해 있는 사우디에도 강도 높은 보도통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요르단 접경지역의 타북지방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 현장관계자는 11일 저녁 본사에 국제전화를 걸어 『현지 신문을 아무리 봐도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겠다』며 초조한 심경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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