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압력 완화 2중 포석도/농민입장선 “배신감”… 설득 여부가 과제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과 관련,기존 입장을 대폭 후퇴시킨 새 협상전략을 10일 확정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지난해말 브뤼셀각료회의 때 특히 농산물 분야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 화근이 돼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전체 UR협상 타결에 비협조적인 국가로 비치고 있는 국제적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브뤼셀회의 결렬 이후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UR 타결 적극 협조」라는 카드를 통해 완화하려는 고육책의 성격도 배제키 어렵다.
수정전략의 골격은 크게 봐서 ▲농산물 분야에서 15개 NTC(비교역적기능) 품목 요구 철회 ▲서비스 분야 양허계획서 제출 ▲관세분야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무세화협상 참가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농산물 분야에선 입장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쌀·쇠고기·콩·옥수수 등 15개 품목에 대해 NTC(비교역적기능)를 이유로 한 개방예외인정 요구를 사실상 전면 철회했다. 다만 쌀 등 「최소한」의 품목에 대해서는 식량 안보차원에서 개방예외입장을 견지키로 했다.
시장개방과 보조금 감축비율 및 시기에 관해서는 미·EC 등 협상주도국간에 합의가 이뤄지는 선에서 대세를 수용하되 국내실정을 고려,농업부문만은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우대적용대상국이 되도록 협상력을 집중키로 했다.
오는 97년 이후로 개방이행시기를 늦춰 달라는 개방유예기간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보조금 감축과 시장개방을 실시하는 이행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5년 혹은 10년으로 제안된 개방 이행기간을 적어도 2배 이상으로 늘려 국내농업이 개방충격을 흡수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또 최소시장접근율도 합의되는 선을 수용하되 농업개도국의 사정을 들어 다소 융통성을 부여받는 쪽으로 전환키로 했다.
농산물 분야에서 이처럼 전면적인 수세로 전환케 된 배경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사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농산물협상이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미·EC 등 주도국 합의에 의해 타결되더라도 우리나라 입장에선 전체 15개 분야 협상결과를 일괄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머지 14개 분야만 선별수용하는 형식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그 동안 정부가 NTC 품목으로 내걸어 개방예외를 요구한 품목 가운데 옥수수는 국내 소비량의 98%,콩은 85% 가량을 이미 수입하고 있는 처지이므로 굳이 주요 농산물 수출국가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사고 있는 NTC 품목 제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NTC를 포기한 대신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개방속도를 늦추는 데 주력하려는 취지라는 것.
세계 12대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는 세계 20여 주요국가들이 모여 협상골격을 결정 짓는 그린룸회의에 참가하므로 우리 입장에 대한 명확한 의사개진과 주장이 가능해 이러한 현실론이 먹혀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서비스협상과 관련,정부는 오는 15일 제네바회의가 열릴 때 국내 서비스산업 개방에 대한 최초의 양허계획서를 제출키로 했다. 이번 양허계획서에서 시장개방약속을 낼 업종은 금융 통신 운송 유통(소매업 포함) 건설 사업서비스 등 대부분 업종이 포함된다. 단 교육 및 보건서비스와 유통분야 중 무역업,산업서비스 중 법무서비스 등만 제외키로 했다.
이번에 제시될 자유화 수준은 대부분 현재의 개방 및 규제수준을 동결하는 선이나 통신 광고 여행알선업 등 미국의 주요관심사항은 추가적인 자유화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브뤼셀회의 때 밝힌 바 있는 무세화협상(수입관세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영세율을 적용) 참여계획을 구체화,품목별 수용여부와 적정수준의 이행시기 확보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무세화협상 참여 요구를 받고 있는 품목은 건설장비 전자제품 철강 수산물 종이 목제 등 6개 분야이다.
정부는 관련업계의 경쟁력 등을 고려,대응방안을 마련한 뒤 신발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무세화를 요구할 수 있는 품목도 선정,협상대상에 포함시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번 UR협상전략 수정을 통해 정부는 UR의 조속한 타결이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된다는 측면과 함께 대미 통상압력 완화라는 「양수겸장」을 노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NTC 품목 철회와 관련,지금까지 쌀 등 15개 품목은 개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약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농민들 입장에선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쌀마저도 개방예외인정을 받지 못하고 추곡수매제도마저 축소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정부가 어떻게 농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유석기 기자>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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