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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희비/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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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희비/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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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하오 7시50분(한국시간 10일 새벽 3시50분).제네바 인터콘티넨탈호텔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표정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개막 5분도 안 돼 끝나 버릴 것이라는 미·이라크 외무장관회담이 장장 6시간30분 동안 3차에 걸쳐 진행되면서 한껏 증폭될 대로 증폭되었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일거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베이커 장관의 회견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기자회견장에 모인 각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회담결과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무언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겠느냐는 「기대」에 매달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날 상오 11시(한국시간 하오 7시) 개막된 미·이라크 외무장관회담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으면서 출발했다.

우선 6시간을 넘는 회담시간이 보도진을 혼란케 했다. 회담시간을 오래 끈다는 자체가 그간의 비관적인 전망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낙관론이 회담장 주변을 감쌌으며 이에 따라 즉각적으로 「전염」된 것은 무엇보다도 서방세계의 증시였다.

프랑스의 CAC 40종목지수는 무려 이날 3.3%나 폭등했다.

하오 1시15분(한국시간 9시15분) 1차 정회 이후 베이커가 부시에게 『회담이 실질적이었다』고 보고했다는 백악관 성명이 역으로 전해지면서 낙관적 기대는 제네바에 팽배해졌다. 희망은 희망을 낳는 법이다.

방송들은 조급하게 『제네바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현지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오 7시(한국시간 10일 새벽 3시) 회담이 끝날 때까지도 이런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1시간10분 사이를 두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양국 외무장관의 발언중 공통된 것은 『상대방 제안에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제네바회담에 걸고 있던 세계여론의 기대감을 결과적으로 「배신」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서울의 외신야근자와의 통화에서 본보를 비롯한 모든 조간들의 서울판 머리기사 제목이 「페만담판 모종진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제네바는 「협상 결렬무드」로 뒤바뀐 뒤였다. 한시라도 바삐 협상상황을 알리려는 특파원과 통신들은 결과적으로 오보를 낳은 셈이다.

그러나 이날 회담을 둘러싼 보도진의 태도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의 여론이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네바회담에서의 양국의 융통성 없는 접근 자세로 놀아난 것은 유가와 세계경제,그리고 휴머니즘이다.

회담장인 인터콘티넨탈호텔 입구에 설치된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물고 나래를 편 대형비둘기조각이 한층 처량해 보였다.<제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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