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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언론 페만전쟁 가상 시나리오

입력
199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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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융단폭격에 이라크 “불바다”/1차 공습서 요충 80% 박살/하루 2천회 출격… 초토화 후 육상진격/이라크측 엑소세·화학무기로 맞공격/4∼10일전… 미군전사 5천 넘으면 심각평화의 메시지가 나올 줄 알았던 9일의 제네바회담은 결렬됐다.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과 프랑스의 마지막 중재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시한인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전망이지만 페르시아만의 전운은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 미국이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이라크가 철군을 끝내 거부한다면 15일 이후 페만 일대는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열전장이 될지도 모른다. 서방언론들이 가상하고 있는 가공할 페만전쟁 시나리오를 종합해 소개한다.<편집자주>

○바그다드시는 아비규환

▷공습제1파◁

천지를 뒤흔다는 굉음과 함께 토할 것 같은 진동을 느낀 바그다드시민들은 잠결에 놀라 아비규환을 이루며 밤의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티그리스강변의 반만년 고도 바그다드 곳곳에는 눈이 멀 듯한 섬광과 함께 불기둥이 어두운 그믐의 밤하늘을 붉게 태운다. 고막을 찢는 폭음 사이로 긴급대피를 알리는 사이렌소리가 다급히 울렸지만 넋을 잃은 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건물더미에 깔리거나 혹은 헤어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피투성이가 된 채 우왕좌왕 헤맬 뿐이다. 처참함은 흡사 생지옥을 방불케 한다.

15일의 최종 철군시한이 지나며 프랑스를 비롯한 아랍권 자체의 막바지 외교노력이 진행돼 혹시나 했던 페만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D데이가 시작된 것이다.

쿠웨이트를 강점한 이라크를 무력축출하기 위해 미 국방수뇌인 체니 국방,스코크로프트 대통령안보담당보좌관,파웰 합참의장 등이 비밀리에 작성한 일명 「나이트카멜」작전에 부시 대통령의 「고」 사인이 떨어져 미국 등 다국적군의 제1단계 이라크 지휘부 및 공격력무력화계획은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이 명령에 따라 바그다드시내의 사담·후세인 대통령궁과 혁명평의회 본부,각군 사령부 등 전략목표물에 대한 미군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폭격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물론 바그다드로부터 1백㎞ 떨어진 임시 행정수도 라마디도 공습으로 불바다를 이룬다.

이라크 심장부의 강타에는 터키인 크리트기지에 전진이동 배치됐던 10여 기의 최신예 F117스텔스전폭기가 동원됐다. 89년 12월 파나마 침공시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오차율을 줄여나간 가공할 이 전폭기가 이라크의 레이더망을 조롱하며 바그다드로 몰려온다.

민간인 피해를 극소화시키면서도 「보이지 않는 전폭기」란 별명 그대로 적진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세계 최고성능,초정밀병기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이라크영내에 산재한 레이더·미사일 기지. 이라크 공군비행장의 활주로들도 불바다를 이룬다. 레바논 공습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았던 F111전폭기들이 모래언덕을 칠 듯한 저공비행으로 목표물에 접근해 함(HARM)공대지미사일을 발사했다. 상대방이 쏜 레이더파를 거슬러 올라 목표물을 때리는 함미사일의 명중률은 거의 1백%에 이른다.

미국의 제공권 확보에 최대위협이던 이라크의 소제 SA5,SA6 지대공미사일기지는 이 첫 번째 타격만으로도 전력의 80% 이상이 무력해지고 만다. 사막전의 승패를 가름할 7백여 대의 후세인 전투기들은 대부분이 공중에 뜨지도 못한 채 박살나고 만다. 은폐된 격납고 속에 안전대피했던 일부 전투기들은 두더지처럼 아스팔트 속을 수m 파고들어 폭발하는 미국의 신종병기 때문에 달표면처럼 울퉁불퉁해진 활주로를 날지도 못해 요격할 기회를 잃고 만다.

○이라크 전투기 무용지물

▷공습제2파◁

다음에 밀려오는 제2파는 더욱 가공하다. 제2단계는 이라크의 군수산업 및 군시설물 마비작전이다.

화학무기 및 핵관련 시설물이 밀접한 이라크 서북부 모슬시 등 전략요충지에 대한 B52중폭격기의 융단폭격이 감행된다.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전략기지에서 발진한 52대의 B52폭격기들이 이라크의 영공을 벌떼같이 까맣게 덮으며 목표물에 대당 17톤의 고폭탄을 깔아놓는다. 이미 무력해진 이라크의 방공망을 비웃듯 마구 헤집고 다니는 폭격기를 향해 이라크의 MIG요격기들이 간혹 달라붙지만 폭격기를 엄호한 미 F15이글,F14톰캐트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을 맞고 격추당하고 말 뿐이다.

열추적 사이드와인더를 장착한 이라크기들이 목표고정레이더 추적장치가 달린 스패로미사일의 미군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사우디영공에 머문 채 이라크 공군기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고 있는 조기경보기(AWACS)의 정보제공으로 미 조종사들은 보이지도 않는 적기를 향해 미사일 버튼을 눌러댄다.

이보다 더한 공포는 제트소음만 들리는 채 어느 곳으로부터 공격해 들어올지 모르는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불과 수 시간 동안 진행된 미 선제공습에 이라크측의 피해는 막대하다. 15일 이후 미국의 정보망에 혼돈을 일으키기 위해 숙소를 옮겨다닌 후세인은 바그다드로부터 수십 ㎞ 떨어진 지하벙커에서 군지휘관들과 대좌한다.

이미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군시설·방공체제 및 공군력의 80%가 박살나고만 상태. 이에 비해 미국의 피해는 F111전폭기 1기를 비롯,모두 3∼4기의 전투기가 격추된 것뿐이다. 그나마 후세인에게 다행인 것은 이라크의 우세한 육군전력이 상당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방어진지는 오래 견뎌

▷이라크의 반격◁

후세인과 동향인 티크리트 출신 군참모총장을 포함한 군수뇌부의 의견은 대체로 강경한 쪽이다. 특히 최정예 혁명수비대사령관은 최대의 방어는 최대의 공격임을 역설한다. 즉 탱크를 앞세워 채 전열을 가다듬지 않은 미 지상군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미군병사의 피를 사막에 뿌리게 해 미국내 가족 등의 반전 목소리를 고조시키고 전면전 확대를 우려한 일부 다국적군 참여국의 이탈을 조장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역설한다.

또한 요르단 쪽으로 침공해 이스라엘의 참전을 유도해내는 「최후의 항전」 카드도 제시된다. 버튼 하나로 사정거리 9백㎞의 알압바스미사일 등을 이용,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직접 치거나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페만지역의 석유시설을 공격해 세계의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후세인에게 오히려 선택은 강요된다. 일단은 맞공격을 퍼붓기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나 쿠웨이트 주둔군을 포함한 사우디접경의 이라크군은 진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페만에 진입한 50여 척의 다국적 함대에서 일시에 뿜어내는 함포 사격과 항공기 폭격으로 마주보이는 이라크 남부 쿠웨이트 해안은 요동을 친다. 이와 동시에 해상에 거대한 도시를 이루며 떠 있는 미 해병상륙전단에서는 병사들이 상륙정에 옮겨타는 등 상륙작전을 감행할 듯한 모습이 되풀이된다.

미군의 심중을 읽고 있는 이라크군은 5개월여 간 준비한 방어진지내에서 요지부동이다. 방책·지뢰지대·해자 등 3개 방어선을 구축한 이라크군은 전투력을 최대한 비축하며 화학무기를 적재한 중장거리미사일 1백55㎜ 야포공격을 시작한다. 방공망을 뚫으며 화학탄 등을 내리꽂는 이라크의 SU펜서전폭기는 다국적군에 최대 공포의 대상이었다. 미국 등도 이라크진지에 화력을 집중시키며 전폭기의 출격을 계속한다. 하루 동안 약 2천회의 출격이 이뤄진다. 양측 피해는 늘어나기 시작한다. 결국 미국은 입안된 3단계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차단키 위한 쿠웨이트침투작전으로 들어간다.

○양측 희생자 점점 늘어나

▷쿠웨이트탈환작전◁

파나마 침공에 가담한 최정예 82.101공정사단이 야음을 틈타 헬기 등을 이용해 쿠웨이트시 인근에 뿌려진다. 이에 앞서 해군의 수중파괴조(SEAL)와 그린베레특공조가 유전지대에 잠입해 이라크에 의해 매설된 폭발물 제거작업을 벌인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이라크군의 응사로 이들의 피해는 컸지만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2만5천명의 해병 제1상륙전단의 바스라시 인근 상륙전이 강행된다. 빨간 사선을 그으며 오가는 불폭염 속에 양측의 병사들은 자꾸 쓰러져간다.

마지막 4단계 쿠웨이트탈환작전은 자동적으로 개시된다. 국경선에 포진한 다국적군은 동시에 물밀듯 쿠웨이트를 향해 쳐올라간다.

비장의 무기이자 최후의 카드인 빨간 버튼 위에 올려진 후세인의 손은 가늘게 경련을 일으킨다. 전쟁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4단계로 된 미국의 공격작전은 관점에 따라 짧게는 4일에서 10일은 걸릴 것으로 본다. 물론 일부에서는 막판에 물론 후세인의 선제공격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한 속전속결의 미국의도와는 달리 후세인의 장담처럼 10년 이상을 끌며 미국에 「제2의 베트남 신드롬」을 안겨줄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상자 비율은 1 대 10

▷사상자수◁

사상자의 수에서도 1만여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 펜타곤 일각에서는 미군이 쿠웨이트 탈환시 5천명의 전사자수를 미국이 용납할 수 있는 최후선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3만5천명을 파병한 영국은 총 1만8천개의 병상을 준비했다. 파병군의 절반 이상이 온전치 못할 것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절반은 개전 첫날 사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화력이 열세인 이라크에 비해 사상자 비율이 1 대 10 이상일 것이라는 게 작은 위안이다. 후세인의 총력전 지시로 예상된 민간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그믐 만조」는 17∼19일

▷공격의 적기◁

미국이 공격을 결심한다면 달이 없는 그믐밤에다 쿠웨이트 해안의 밀물 때에 맞춰 택일할 것으로 군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야간조준경·감식기 등 월등한 첨단과학장비를 갖춘 미군이 탁월한 야간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밀물 때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는 17∼19일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적의 개전일이 될 수 있다. 또한 17일은 회교력에서 라자브가 시작되는 날이다.

회교도에게 이 기간중 전쟁하는 것은 죄악이다. 2월14일로 끝나는 라자브기간을 미국은 역이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사우디,이집트 등 회교우방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를 피하다 보면 다음달의 그믐에 밀물은 2월15일∼18일이다. 3월에 들면 아라비아사막 특유의 모래폭풍이 시작되고 봄이 오면서 사막은 또다시 열기를 뿜으며 미친 듯한 열사의 땅으로 변해간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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