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위기감이 더해가는 페르시아만의 전운에 온통 관심이 쏠리면서 전쟁이 터질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웃지 못할 정치소극이 또 하나 벌어졌다. 불과 한 달 전 많은 빈축을 사가면서까지 용감하게 올렸던 국회의원세비를 국고에 반납한다는 것이다. 눈치도 없이 너무 많이 올렸던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모양이다.공무원이나 다른 근로자들도 모두 한자리 수 이내로 인상폭이 억제되어야 한다고 야단들인데 22%나 인상한 것은 확실히 무리한 짓이었다. 노조에서 의원세비 인상폭을 새해 임금협상의 기준으로 들고 나오겠다니까 부랴부랴 10.4%의 본봉 인상분을 제외한 수당 등의 인상분은 국고에 반납하겠다고 민자당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지역구에 내려가보니 유권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아무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여론의 비판도 들을 줄 모르고 올렸던 세비를 이제 와서 반납하겠다는 처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달아 고치겠다니 잘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약삭빠른 정치쇼 같다고 욕을 해야 할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저질러진 잘못을 시정하겠다는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 방법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이왕 잘못을 뉘우쳐 개선하겠다면 국고반납이라는 자의적인 편법을 택할 것이 아니라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얼마 안 있어 임시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 기회에 관계법을 개정해버리는 것이 더욱 간편한 방법이다. 그 방법이 매달 세비를 받아 일부를 반납하는 번거로운 절차보다 훨씬 간단하고 떳떳한 조치이다. 그리고 말로만 반납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냥 다 받아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원천봉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많은 의원들이 모두 실제로 반납하는지 감시할 수도 없고,반납을 한다 하더라도 언제까지 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의원들의 진의를 의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의원들의 야반도주하듯 몰래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의혹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왕 잘못을 시정하겠다면 깨끗하고 속시원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서 주문한다면 10.4%의 본봉 인상분까지 양보하여 아예 한푼도 올리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올리기 전 상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의원들이 스스로의 희생을 먼저 감수한다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일반국민들이 새로운 각오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커다란 격려가 될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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