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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치우친 대일외교/언제 실리 현안들을 해결하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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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치우친 대일외교/언제 실리 현안들을 해결하나(사설)

입력
199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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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도 더 철저한 유교국가였던 탓인지,우리나라는 너무나 명분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정부까지도 그럴 때가 많다. 예컨대 실리에 강한 일본과의 정상외교에서도 그런 특징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5월 노태우 대통령이 공식으로 방일했을 때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역역조·첨단기술 이전 등 실리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보여야 할 명분용에 매달려 대통령은 일제 36년 동안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받는데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고,다른 현안들은 제대로 거론해보지도 못하고 알쏭달쏭한 「통석의 염」이란 사과말 한 마디를 안고 돌아왔었다.이번에 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공식방한한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와 노 대통령과의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간의 불행했던 과거사의 청산문제가 또 나왔고,어차피 마무리 지어야할 문제긴 하지만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문제도 과거와 연결된 것이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한일 우호협력 3원칙이 합의돼 모양은 1차 한일정상회담 때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이나 역시 실리를 챙긴 쪽은 동북아 외교의 출발에 성공한 일본이었다는 느낌을 떨구기가 어렵다.

우호협력 3원칙 내용이 ①한일 양국의 진정한 동반자관계의 구축 ②아태지역의 평화와 화해의 기여 ③범세계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건설적 기여 등으로,양국간의 현안의 해결이란 차원보다는 냉전체제의 종식에 따라 동북아질서에 대비한 일본외교를 위해 협조를 해준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질서의 재편과 지역경제화에 따른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의 정립이 긴요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우리는 이에 앞서 한일 양국 사이에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무역역조의 시정을 위해 일본측의 단호한 조치가 선행될 수 있게끔 양국 정상이 합의를 도출했어야 했다고 믿는다.

가이후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92년까지는 재일동포의 지문날인제도를 철폐키로 하는 등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향상문제가 매듭지어진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이것을 가지고 일본측이 생색을 낼 일은 못 된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는 해마다 불어나는 한일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근본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었어야 했던 것이다.

양국 경제의 구조상의 특징으로 한일 무역역조가 결코 하루아침에 시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적어도 일본측은 호혜원칙에 따라 자국의 번영만을 고집하지 말고 지난 11월 한일 정기각료회의에서 합의한 「양국간의 무역·산업기술위원회」를 조기설치하여 무역불균형의 시정노력에 앞장서려는 성의를 충분히 보였어야 했다고 믿는다. 화합을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은 따돌림을 받는 「촌팔분」을 제일 두려워한다. 경제대국인 일본이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수출느라이브정책으로 계속 세계 도처에서 무역불균형을 속출시켰을 때 일본은 세계에서 따돌림받는 「촌팔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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