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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열병」 고치려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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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열병」 고치려면(사설)

입력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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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대학입시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내용들은 알고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지난 89년 8월30일 대학교육협의회가 제시했고 교육부가 보완작업중인 「적성시험+내신성적+대학별 본고사」를 골격으로 하는 대학입시개선안을 예정(94년 실시)대로 시행키 위해 준비중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여건이 갖춰진 대학에 한해 학생 선발권한을 선별적으로 되돌려줘서 현행의 국가가 관장하는 획일적인 학력고사를 다원화하고,학생선발에 관한 대학의 자율의,폭을 넓혀주겠다는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언론들은 94년부터 대입 「완전자율화」,「개선안 대폭수정」 「전면자율화」 「대입 대개혁」이라는 제목하에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했을까.

교육정책에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통령의 「말씀」이나 언론의 「보도태도」는 학부모와 수험생 즉 절대다수 국민들을 또 한차례 혼란스럽게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아 안타깝다.

물론 「우리 교육 반세기」가 다되도록 대학입시제도 하나 정착시키지 못한 채 무려 9차례나 고치고 바꾸고 하는 대학입시 개혁의 뒤안길을 돌아본다면 우리 실정에 맞는 대학입시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응당 서둘러 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또 그 과제의 두 가지 원칙은 고교교육이 정상화되도록 유도하고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하는 데 있다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학력고사란 이름하에 획일적으로 출제권한을 국가가 관장하고 대학은 채점만 하는 절름발이식 대학입시제도와 채점편의를 위한 「4지택1식」 객관식 문제 위주의 대학입시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따라서 현행의 단선·획일의 국가관장 대학입시제도를 다양·다원화되게 개선 보완하고,이를 점진적으로 대학에 넘겨줘야 한다는 개선원칙과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본란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듯이 우리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교육문제의 큰 병」은 결코 대학입시제도의 개선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을 아울러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들이 「아들은 90%,딸은 75%」까지를 대학에 보내겠다고 작심하고 있으며,그래서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진학을 희망하고,33만명 이상이 재수를 하는 왜곡된 고학력 풍조가 상존하는 한,어떠한 대학입시제도로도 이 사회의 입시열병은 치유되지 않는다. 지금의 정책접근방식은 병인은 놓아둔 채 치료에 나서는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이다. 통치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교육문제 해결방향은 「대학을 덜 가고도 부족함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과목을 줄이고 학력고사 횟수까지 논하는 대통령의 「자상함」이 교육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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