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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박무 경제부 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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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박무 경제부 차장(메아리)

입력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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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정신의 경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력 하나로 지탱해 온 경제라는 뜻이다. 『하면 된다』는 캔두 스피릿이라든지 헝그리 복서의 집념과도 같은 『잘 살아 보세』라는 국민적 욕구,향상심과 성취욕 같은 것들이 우리 경제를 특징 지어온 정신적 요소들로 흔히 지적돼 왔다. 한국경제의 성장요인을 연구·분석한 국내외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정신적 요소들이다. 헌신적인 관료들과 왕성한 투자의욕을 가진 기업가들,밤을 낮 삼아 일에 몰두해 온 부지런한 근로자들은 우리 경제의 3대 성장요인으로 꼽히고 있다.헌신과 근면 의욕 같은 정신적 요소들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준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방향과 힘을 잃고 과도기적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이런 정신적 요소들이 파괴돼 버린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이 많다. 기업인들은 투자의욕을 잃고 근로자들은 일 할 의욕을 잃고 관료들은 헌신적으로 일을 할 사기와 보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이론적인 분석은 좀더 과학적일 수 있다. 지난날의 성장요인이었던 저임금과 풍부한 인력,기술도입의 용이,수출에 유리한 국제적인 자유무역 환경 등이 오늘날에는 고임금과 생산부문의 인력난,기술도입 루트의 폐색,자유무역의 쇠퇴와 통상마찰 격화 등으로 뒤바뀌어 이제는 성장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종전의 낡은 성장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제운용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정부와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경제활동 주체의 사고방식과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전략·신사고가 요청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제이론적인 분석이 어떻든 간에 우리 경제의 숙명적인 기본조건은 변함이 없다. 축적된 자본이 없고 기술이 없고 부존 자원은 빈약해서 사람의 힘,정신의 힘 외에 달리 기댈 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짜고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쳐 줄 정신적인 자세가 돼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신무장부터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해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푸념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새 해가 됐다고 해서 경제여건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와 각오만은 새로워져야겠는데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87년께부터 4∼5년 동안 흥청망청하는 졸부놀이로 세월을 허송했으면 이제쯤은 정신차리자는 얘기도 나올 법하고 새해가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을텐데 해가 바뀌어도 그런 각성은 어느 구석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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