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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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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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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왔던 각설이/죽지도 않고 또 왔네』­60년대초만 해도 각설이타령을 부르는 거지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이제는 사라진 한 세대 전의 풍물의 하나다. 그때엔 구걸의 방편이었던 각설이타령이 이제는 어엿한 전통예술로 대접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깡통을 들고,벙거지를 눌러쓴 거지가 오늘의 한국인에게 위대한 가르침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바로 1년 전 81세로 숨을 거둔 「거지」 최귀동 할아버지를 사람들은 「살아있는 성자」라고 했다. 충북 음성군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이름도 「귀동」이라 했다 한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바칠 사랑을 깨달은 것은 거지가 되고서야 얻은 행운이었다. 일제 때 징용에서 돌아와보니 의지할 곳 없는 거지신세가 됐었다 한다. ◆그는 어느날 문득 다리 밑에서 신음하는 거지들을 보고 참사랑을 깨달았다 한다. 그로부터 40년 넘게 그는 한쪽 어깨에 자루를 메고,한쪽 손엔 깡통을 들고 설거지 시간에 맞춰 구걸을 다녔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사랑의 구걸로 오늘날 세상에 알려진 걸인의 천국 「음성 꽃동네」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걸인 18명의 다리 밑에서부터 지금은 1천8백여 명의 보금자리가 됐다. ◆40여 년 동안 죽어가는 걸인들을 위해 몸소 구걸을 했던 최귀동 할아버지의 사랑은 탁발을 하면서 중생구제를 염원했던 부처의 자비와도 같다. 그의 동상이 지난 4일 음성군 꽃동네에 세워졌다(한국일보 9일자 20면 보도). 한쪽 어깨에 자루를 메고,한쪽 손엔 깡통을 든 모습이다. 위대한 선각자나 제왕의 동상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동상이다. ◆또 9일 강원도 속초에서는 선원 21명을 살린 뒤 자신은 침몰하는 배를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목숨을 던진 하나호 선장 유정충씨의 동상이 제막됐다. 국민 모두가 끝없는 탐욕의 노예가 된 듯한 판에 그는 말없이 「자기 희생」을 외칠 것이다. 91년이 밝으면서 제막된 두 위대한 서민의 동상을 우리는 특별히 기억해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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