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기죽는다” 감싸기만/매든 후 부모가 되레 사과/“체벌유죄” 교사들도 위축/즉흥적 손찌검등 애정없는 폭력은 금물요즘 어린이들은 회초리를 모르고 자란다. 인간을 만들어 가는 회초리의 교훈을 자식들에게 일깨워주는 부모가 적기 때문이다. 아예 회초리를 들지 않거나 아니면 애정이 없는 폭력이라는 양극단 속에서 아이들은 절도 없고 나약한 이기주의자로 커 가고 있다.
모처럼 매를 들었던 부모들도 결국은 자식들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매 자체를 우습게 알게 되기까지 한다.
주부 정 모씨(37·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아파트)는 너무 말을 듣지 않는 2학년 아들(8)에게 처음으로 매를 들었다가 곤욕을 치렀다. 맞으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악을 쓰며 따지던 아들은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채 하루종일 나오지 않았다. 겨우 달랜 끝에 저녁 때 방에서 나오게는 했으나 아들은 오히려 『엄마가 잘못했으니까 사과해』하고 대들었다.
『미워서 그런게 아니고 잘되라고 그런 것』이라고 「해명」하던 정씨는 끝내 『앞으로는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야 했다.
최근 서울의 아들 집에 다니러온 유 모씨(58)는 3학년인 손자녀석(9)이 하도 장난이 심해 『매를 좀 대라』고 말했다가 오히려 머쓱해졌다. 며느리는 『아이를 때리면 밖에 나가 기가 죽는다』고 말했고 아들도 『요즘 애들은 말로 해야지 때렸다가는 역효과가 난다』는 의견이었다.
부모들의 과보호는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매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 때문에 학생들을 회초리로 가르치지 못하던 교사들은 성적불량학생에게 매를 대 상해를 입힌 교사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30만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부터 더욱 위축돼 있는 상태다.
서울 강남의 S국교 김 모 교사(63·여)는 지난해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에게 매를 댔다가 부모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다음날 학교에 온 부모는 『우리도 때리지 않는데…』 『당신이 교육자냐』라며 소란을 피워 교직 40년인 김 교사에게 환멸을 안겨주었다.
그런 점 때문에 K국교 최 모 교사(40)는 학기초만 되면 학부모들을 모아 『간혹 매를 댈 때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 최 교사는 『손바닥을 한 대만 때려도 부모들이 전화를 걸고 학교에 찾아오는 통에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우스운 일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최 교사는 부모들이 가정에서 애정과 벌이 적절히 조화된 매를 가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처럼 자상하면서 엄격하게 어른의 권위를 지켜나가는 부모는 극히 드물다. 매를 드는 부모들도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빗자루 털이개 등을 사용하거나 손찌검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럴 경우 아이들은 오히려 거부감이나 굴욕감만 갖게 된다.
유치원생의 학부모 권 모씨(30)는 『네가 잘못하면 이걸로 때려주겠다』고 미리 알려준 뒤 대나무자를 안방 벽에 걸어 놓았다.
권씨는 처음 몇 번 잘못을 저질렀을 때 매를 대고부터는 대나무자 이야기만 꺼내도 실제로 매를 든 것과 똑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권씨는 『잘못하면 때려준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미워서 때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10년 동안 해외근무를 했던 이 모씨(52·회사원)는 유럽에서 사는 동안 우리의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자식을 귀여워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부모나 마찬가지』라면서 『유럽 등 선진국의 부모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녀교육을 엄격히할 뿐 아니라 말을 안 들으면 서슴지 않고 회초리를 든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우는 학대와 훈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다. J국교 3학년 최 모군(10)은 매달 시험성적이 발표되는 날이 매맞는 날이다.
어머니가 「한 개 틀릴 때마다 한 대씩」이라고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늦게 귀가하면 10대」식으로 표까지 만들어 붙여 놓고 매를 때린다.
「매 맞는 아이,멍드는 사회」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폭력추방운동에 나선 교육폭력 상담전화 「호루라기」는 특히 이같은 「과잉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상담전화의 약 80%는 『자녀를 때리고 있으나 효과가 없는데 매를 들지 않고 문제행동을 고치는 방법이 없느냐』는 내용이다.
이 상담실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은희 박사(36·여·교육심리학·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상담분과위원장)는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에 비해 인지적으로 발달해 있고 시대적 상황도 달라진만큼 부모들은 가능한 한 매보다 대화로 풀어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매를 들 경우에는 그 교훈적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충재 기자>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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