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강화·연구활동 발전계기 제공/내신반영만 수렴… 교육부 원안수정 불가피/「완전자율대 선정주체·판단」등 어려움 예상노태우 대통령이 8일 연두기자회견에서 현재 중학 3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94학년도부터 대입시를 「완전자율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이 밝힌 대입 자율화방침은 그 한계설정에 있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교육부가 94학년도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곧 확정발표할 예정이었던 대입개선안보다 훨씬 진전된 것이다.
청와대 발표의 골자는 대입 자율화의 능력이 있는 대학은 입시를 완전대학 자율에 맡기고 그렇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는 대학은 현재 연구중인 국가고사 성격의 적성시험을 거쳐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되 그 반영비율은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학이든 내신성적은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교육부가 연구해온 대입개선안의 골격은 적성시험(30%)+대학별 본고사(30% 이내)+내신성적(40%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 이 중 대학별고사의 실시여부와 과목설정(2과목 이내)만은 대학의 결정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청와대의 발표는 적성시험 실시여부와 반영비율은 대학에 재량을 줌으로써 자율의 폭을 훨씬 넓힌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성시험이란 「발전된 형태의 학력고사」라고 정의되고 있는데 출제는 언어·수리 및 탐구·외국어(영어) 영역으로 제한,통합교과적이며 고차원적 사고력을 3학년 2학기에 한차례 시험측정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통령회견에 앞서 청와대측과의 협의과정에서 교육부의 당초안을 수용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내신성적의 반영만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기존대입개선안은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기존개선안이 확정,발표될 것으로 여겼던 일선고교는 당혹감과 함께 큰 혼선을 빚게 됐다.
교육부는 다음 주말까지 대통령의 발표에 따른 입시 자율화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인데 이것이 시행되면 80년 7·30교육개혁조치 이후 최대의 「교육혁명」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연구검토기간이 부족한 데다 어느 대학이 완전자율권을 갖느냐에 대한 결정주체와 판단의 기준설정,첫 대상자인 현재의 중3생이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각 대학이 자체적 입시전형방식을 확정,공표해야 하는 데 따른 어려움 등 산적한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대입시의 완전자율화는 한마디로 학생을 수용,교육하는 주체인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일임한다는 것.
현행 대입시제도는 대학이 학생선발과 관련,아무런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한 채 정부가 전후기·전문대입시로 이어지는 3차례의 입시일 결정으로부터 출제과목 결정·출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입시업무를 총괄하게 돼 있다.
그 동안 학생선발권의 대학반환이 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고 대졸자 위주의 학력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대입시를 제도적 측면에서만 다룰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입시 자율화의 배경은 크게 대학,특히 사학의 자율기능 및 특성강화와 고교교육 정상화로 볼 수 있다.
입시 자율은 학사·행정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의 간섭을 받고 있고 대학의 자율능력을 배양하는 기초단계이다.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함으로써 각 대학은 고유한 특성과 건학이념을 살려 개성있고 다양하게 대학의 본질적 기능인 교육과 연구활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구조의 분화,지자제의 전면실시에 따른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고교교육이 대학진학을 위한 중간단계로만 존재하는 현실에서 입시자율화는 획일적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한다는 의미도 크다.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이 입시과목을 대폭 줄이고 적성시험의 횟수를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대입시의 진정한 자율화는 대학의 능력과 사회적 수용태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도입돼 점차 확대되는 모형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완전 정착까지의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한기봉 기자>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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