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인구가 64만명 안팎이다. 면적도 서울의 25%를 약간 넘는 1백79㎢. 독립선언 24년 후인 1800년에 미합중국의 수도가 됐으니 1백90년이 지났다. 그러나 뉴욕·시카고·LA 같은 초거대도시처럼 인구집중과 위성도시의 문제를 안지 않은 채 규모있고 아름다운 계획도시의 당초 면모를 잃지 않고 있는 워싱턴 DC. ◆초강대국의 수도치고는 왜소한감마저 들 정도로 인구집중과 도시확산에 제동이 걸린 이면사를 보면 놀랍다. 중앙집권을 싫어하고 지방분권을 원하는 지방자치의식이 건국초기부터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 박혀 있었던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신대륙에 와서 나라를 세운 미국인들의 선조들은 연방이나 주정부의 간섭은 적을수록 좋고 국민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는 자치로 꾸려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같은 생각은 결국 연방정부가 중앙집권화하는 것을 강력하게 막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징적으로 수도 워싱턴 DC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지혜가 모아졌다. 그래서 워싱턴 DC 시민들에게는 대통령선거권도 안 주었고 자치도 허용치 않았다. 출신주를 대표해서 워싱천 DC에 와 큰 소리를 쳐도 되지만 워싱턴 DC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입지는 설자리가 없었다. 조지아의 마피아(카터)가 왔다 가고 캘리포니아의 패거리들(레이건)이 한동안 스쳐가는 뜨내기 도시,정치적인 베드타운을 만들어야만 지방자치가 꽃필 수 있다는 게 건국기초자들의 선견이었다. ◆워싱천 DC시민에겐 67년부터 겨우 대통령선거권이 주어졌고 자치도 허용됐다. 그러나 아직도 시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가장 비미국적인 도시이다. 미국에는 인구 50만명 미만 도시는 유급시장을 두지 않는다. 작은 도시 시장들은 선거로 뽑히지만 무보수다. 시장 등 피선공직자는 「유리 속의 금붕어」 같아 권력남용이나 부정·부패는 상상도 못한다. ◆지자제가 잘 되려면 이래야 한다. 법보다는 관행이 앞서야 하고,내 고장일은 내가 한다는 봉사정신도 토대가 돼 있어야 한다. 「염불보다는 잿밥식」의 우리 지자제기본법이나 선거법,지방의회선거를 대권과 연결시키려는 정치권의 야욕 속에서 태어나게 될 「지자제」가 정말 정상발육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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