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속보다 공약실천에 비중/국내외 변수 많아 낙관 불투명노태우 대통령의 8일 연두기자회견 내용은 정치·경제·사회 등 국정의 제반분야에서 안정을 기반으로 구체적 결실을 맺어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되어 있다. 이번 회견에서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약속이나 눈에 띄는 정책대안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 대신 이날 회견에서 6공 정부공약의 실천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집권 마무리작업을 위한 일종의 「다짐」이며,한편으로는 내치를 강화함으로써 집권 후반기의 통치권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연두회견은 기조연설에서 올해 국정운영의 대강을 제시하고 일문일답에서 구체적 윤곽을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은 「안정 위에 발전」을 주조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국정안정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는데,우선 남북한 관계 및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다음으로 지방의회선거 등 정치일정의 차질없는 순항과,경제안정과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주택·교통·환경 등 민생현안의 해소,지속적인 사회기강 확립 등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방의회선거가 민주발전의 시금석이라는 점을 전제,향후 주요 정치일정,즉 14대 총선지방자치단체장선거대통령선거의 순항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강조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명선거 여부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정치권에 대한 경고성 시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충설명으로 「지방의회선거로 인한 통화유인 억제,금융차단」이라는 구체적 정책수단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안정의 대안으로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제조업 활성화방안을 제시했는데 이것도 유의해볼 대목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제조업의 활성화는 경제의 회생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다. 항만시설 부족과 교통난으로 수출상품의 단가가 14% 정도 압박을 받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일문일답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94학년도부터의 대학입시 완전자율화,차기 대권 후보와 내각제개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언급,연내 유엔가입 의지 표명,페만 의료진 파견방침 등이다.
대학입시 완전자율화는 교육문제에 관한 한 개혁적 조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한 대학 입시,그로 인한 중·고교육의 단선화 및 과외열병의 폐해 등을 치유키 위해서는 교육제도가 과감히 개선돼야 한다는 소리는 그 전부터 있어왔으며,국민적인 숙제였다. 시행과정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내각제개헌 문제에서 「개헌하지 않겠다」고 좀 더 분명한 언급을 하는 한편 차기 대권후보의 부상시기는 92년 2월께로 적시했다. 이는 개헌과 차기 대권문제와 관련해 복잡 미묘하게 얽힐 수 있는 향후의 정국구도를 훨씬 단순화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케 할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밝힌 다짐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내치에의 강화의지가 실효를 거두리라는 예측은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돌출변수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밖으로는 페만사태가 불확실한 상황이며,남북관계에서도 예측불허의 장애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페만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페만사태 진전에 따라 경제운용기조는 대폭 수정돼야 한다.
북한은 올해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식량사정이 심각하고 대외 경화결제가 한계점에 이르고 있어 현재 「출구없이 쫓기는 형국」이다. 언제 어떤 형태로든 긴장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으로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기강 이완현상이 재연될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방의회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질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민자당은 여전히 불안한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가장 우려하는 조기 통치권 누수현상은 정치권,특히 민자당으로부터 초래될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이종구 기자>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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