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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크 외무 내일 「제네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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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크 외무 내일 「제네바 대결」

입력
199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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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지막”… 「최후의 담판」 예고/철군시한 D­7일/타협 여지없어 「선전장」 그칠듯/속셈 타진기회… 실마리 될 수도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 최종시한이 8일 앞으로 박두한 가운데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7일 타리크·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유럽으로 떠남으로써 페르시아만사태는 마지막 화·전의 갈림길을 향해 치닫고 있다.

페만사태 이후 최초로 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이라크외무장관회담은 이번 사태를 화·전으로 가르는 최후의 고비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6일 쿠웨이트가 영원히 이라크의 「구성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철군가능성을 단호히 배격했다.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베이커 미 국무장관도 제네바회담을 「처음이자 마지막」 회담으로 못박고 『이번 회담에서 협상은 있을 수 없으며 철군과 전쟁의 양자택일을 요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담 벽두에서부터 이처럼 양측이 타협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제네바회담은 페만사태를 평화적으로 푸는 「극적인 해결의 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것은 양측 모두 이같은 공개회담을 통해 새로운 양보안을 제시할 입장이 못 되며,설사 어떤 타협안이 나오더라도 양국 외무장관이 이를 받아들일 만한 전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네바회담은 양국의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는 「공개적인 선전장」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양국이 직접대면,상대방의 「숨은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하는 최초의 기회라는 사실만으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이번 회담에서 결정적 타협안이 마련되지는 못하더라도 타협의 실마리를 찾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양국이 표면적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협상의 여지를 완전 부인하지는 않고 있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정책을 비난하는 유엔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치 않은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사실 제네바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이라크의 철군여부 못지않게 이라크가 끈질기게 주장해온 이스라엘 점령지내 팔레스타인문제가 어떻게 취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라크관리들은 제네바회담에서 미국이 이라크의 철군문제를 팔레스타인문제와 연계시키길 거부한다면 회담이 금세 결렬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팔레스타인문제를 회담의제로 다루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4일 열린 EC(유럽공동체)회담에서 프랑스는 이라크가 쿠웨이트 철수에 합의한다면 팔레스타인문제를 다룰 중동국제평화회담 개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이 제안은 미국의 강력한 반발로 공식성명에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서독·이탈리아 등 주요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았다. 프랑스의 협상안은 프랑수아·미테랑 대통령의 특사가 바그다드를 방문,후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팔레스타인문제는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쿠웨이트 일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는 협상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묵계」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6일 『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간에 어떤 타결점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은 이에 반대치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파드 사우디국왕도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자리를 같이해 어떤 결정을 내린다면 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에 앞서 프랑스 언론들은 이라크가 사우디,쿠웨이트와의 비밀협상을 통해 루마일라유전과 페만의 두 개의 섬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철군에 동의했다고 보도,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후세인의 의도는 이라크군의 철군을 가능한 한 늦춰서 물질적 보상 이외에 아랍 내부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인 팔레스타인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 심리적 보상도 함께 받으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후세인은 미국이 정한 철군시한에 굴복하는 듯한 인상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가능한 한 1월15일 이후로 미루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번 제네바회담을 최후의 기회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같은 이라크의 책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방외교관이 『후세인은 총이 머리에 닿을 때까지 쿠웨이트에서 철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라크는 철수 최종시한이 임박해서야 극적인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런 이라크의 전략을 무력으로 분쇄할 것인지 아니면 타협으로 응답할지가 이번 제네바회담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배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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