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다수결 불사”에 야권 “공동저지” 맞서/제한성·불가피성 홍보에 주력 여/참전유인·아랍민족주의 자극 야○…정부가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군 의료진 파견을 결정한 데 대해 야권이 크게 반발,이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국회동의안 처리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여권은 한반도 안팎의 상황을 들어 제한적 의미의 군사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한 것인데다 자칫 월남전처럼 잘못 발을 들여놓을 경우 전투부대 파병으로 확산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시각이다.
○“최대비용 최대효과”
○…여권은 정부의 군의료지원단 페만파견 결정이 현재 국내외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자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거두는 「경제적」 대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도움으로 국가를 지켰던 쓰라린 기억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당장 원유의 안정적 공급보장이라는 세계적 이익이 우리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첫째. 또 인도적 차원의 고려 외에 이 제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상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UN결의에의 동참을 마냥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의 한미관계를 감안할 때 페만 군사비 부담에 이어 파병을 요청하는 미국의 주문을 거절할 경우 반대급부로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클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도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페만사태와 관련,미국이 우리측에 3억5천만달러의 현금부담을 요청해 왔을 때 우리측은 이를 2억2천만달러로 낮추는 대신 군의료지원단 등 현물용역을 제공하겠다는 「카드」로서 문제를 절충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페만사태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미 약속한 우리의 「성의표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이라고 해서 지난 64년 월남전 파병의 예를 부각시켜 이번 군 의료반 파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야권의 주장에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직접적 군사개입인 파병 대신 인도적 차원의 의료반 파견』임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당초 비전투요원 파견에 국한됐다가 결국 정규전투부대 파병으로 이어졌던 월남전 경험처럼 페만사태 여하에 따라 자칫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이 『정글과 사막은 전투 양상이 다르며 전쟁발발의 경우 초단기전으로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애써 낙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민자당은 야권이 군의료진 파견의 국회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반대투쟁을 계속하면 다수결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파견에 대한 여론의 비판적 시선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어서 이번 결정의 제한적 의미와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홍보한다는 계획도 마련중이다.
이와 관련,군 및 여권관계자들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페만사태가 잘못 흘러가면 북한을 부추기는 등 한반도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군사적 판단을 제기한 것도 이번 파병의 동기중 하나라는 풀이다.
○“대미 자주성도 해쳐”
○…야권은 의료진파견이 본격적인 「참전」으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을 우려,정부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지난 5일 신임인사차 당사를 방문한 이상옥 외무장관에게 직접 이같은 뜻을 이미 전달했다. 또 7일 열린 총재단회의에서도 이를 거듭 당론으로 확인,오는 임시국회에서 정부 동의안처리를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평민당이 정리한 파병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는 한반도가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로서 자체방위에도 힘이 부칠 지경이고,둘째 우리의 경제력에 파병의 여력이 없으며,셋째 페만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지역이라는 것이다.
조세형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과거 월남전참전의 경우 의료진선발대 보호를 위한 전투병력파견이 본격 참전으로 이어졌다』고 상기시킨 뒤 『정부가 미국에 너무 끌려다니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또 정부의 「국제적 책임」 주장에 대해 『페만에서 우리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 나라는 얼마든지 많다』면서 『우리는 이미 경제적으로 방위비를 분담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평민당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랍의 민족주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연합군 대이라크의 대결구조가 가시화돼 이라크에 동정적인 아랍민족주의가 형성되면 이번 파병은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 해를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파병이 혹시 일본 자위대 파견의 빌미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만에 한국보다 훨씬 큰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일본이 우리의 파병을 자위대파견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잠재우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평민당은 정부가 이와 같은 야당의 입장을 대미관계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내심 아쉬워하는 눈치다.
민주당도 7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도 아랍민족주의로 인한 장기적인 원유확보 문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사퇴정국 이후 첫 등원국회가 될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동의안처리에 반대키로 하고 이를 위해 평민당과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이다.<이유식·신효섭 기자>이유식·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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