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이후 상호불신 깊게 자리잡아/군,모든 풀기사 검열방침 세워월남전 이후 미군은 전장에서 두 개의 적과 대치해 왔다. 그 하나는 전투현장에서의 적군이고 또 하나는 언론매체내의 적이었다는 것이 미 군사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미국기자들은 국가단합에 목적을 둔 취재보다는 정부공식 발표와 실제 전투상황과의 모순점을 밝히는 데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취재대상의 프라이버시는 물론 국가정책의 핵심부분까지도 파고 드는 미국의 기자들은 최근의 페르시아만 대책에 회의적일 뿐 아니라 미국의 편에 서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언론계에선 이같은 평가가 온당치 않다고 주장하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페만에서의 전쟁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 장성들과 언론간의 불신감도 새롭게 불타오르고 있다.
미 국방부는 페만사태에 관한 뚜렷한 보도감각을 지닌 새 보도책임자들과 빈번한 접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페만취재에 대한 1페이지짜리 보도요강을 6페이지로 늘려잡았다.
지난주말 워싱턴의 고참언론인 60여 명이 펜타곤과의 줄다리 끝에 보도지침 개정약속을 받아냈지만 펜타곤측은 취재지역,취재대상에 대한 전례 없던 제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ABC방송의 워싱턴지국장 조지·왓슨은 『보도제한 조치를 액면 그대로 따른다면 부상병에 대한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부상자를 보도하지 않고 전쟁취재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당초 가장 관심을 끌었던 미 정부의 간섭은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 및 1.5마일 달리기 등 취재기자 체력테스트 요강이었다.
이 체력테스트 아이디어는 종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작전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체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명감에 불타는 미 육군장교들이 이 체력테스트 요강을 실행에 옮겼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대부분의 종군기자들은 그늘이 거의 없고 무더운 사막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체력테스트를 실행해야 할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펜타곤은 위헌이라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체력테스트 요강을 백지화시켰지만 사막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페만지역 취재기자들에게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월남전 때 종군기자로 참여한 바 있는 LA타임스의 데이비스·램 특파원은 체력테스트의 필요성과 관련,『헌법상 권리에는 명백한 위반이 되지만 한 번 해볼 만한 것』이라고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펜타곤은 월남전 당시보다 훨씬 강화된 보도통제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타곤은 18명의 신문·방송기자들로 구성된 2개의 「풀기자단」을 육군과 해병대에 각각 하나씩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기자들의 교체와 다른 풀기자단의 추가구성도 가능하지만 종군기자들의 총 숫자는 월남전 때보다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풀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은 페만취재 기자들은 취재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풀기자들도 「항상」 미군의 안내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두 명의 기자가 「무례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위협을 받은 사우디의 상황에서 풀기자단은 사우디의 야전군 지휘책임자들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보도규제조항 가운데서도 모든 풀기사를 군검열관에게 제출,16개 항목의 보도금지사항을 준수토록 한 규정이 가장 독소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펜타곤측은 이에 대해 장황한 설명과 함께 원칙적으로 보도가 허용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보도제한 규정에 따른 보도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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