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가 9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을 공식방문,노태우 대통령과 두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현안문제와 동북아 및 태평양지역의 협력 등 세계정세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의견교환을 할 예정이다.일본정부는 이번 가이후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협상 시한이 1월16일로 돼 있는 재일동포의 법적지위문제를 매듭짓고,아키히토(명인) 일왕의 방한 문제까지 거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노 대통령과 가이후 수상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몇 가지 당부를 일본정부에 하고 싶다.
첫째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향상문제는 누차 본란에서 지적한 것처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본의 의무라는 점이다. 5일의 한일 실무자회담에서 재일동포의 지문날인제도를 93년부터 철폐하고 그대신 「가족등록제」로 전환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우리는 이 「가족등록제」가 또 다른 재일동포의 차별제도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재일동포들의 생활권이 보장되도록 국가공무원을 제외한 지방공무원 등 모든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여해 주도록 조치해야 한다.
두 번째는 만성적인 한일 역조의 시정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90년도 대일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인 56억달러에 이르렀다. 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대일 누적무역 적자가 5백90억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대일 적자가 점증하고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일본의 기술이전의 기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정부는 작년 노 대통령 방일시에 합의했던 신소재 특성평가센터 설립과 무역산업기술협력위원회 설치 등 기술이전을 위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셋째는 일본의 등거리외교의 중지다. 한국이 소련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일본이 북한과의 수교를 추진하는 것은 일본의 외교정책의 문제이며,한국도 일·북한 관계개선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접근이 성급하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은 남북대화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수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북한에 대한 전후배상문제는 「한국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한일기본조약 제3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임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일본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어 주기를 당부한다.
이상과 같은 현안문제가 원만히 진척된 뒤에야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방한 문제가 거론돼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한국정부도 일본문제의 「북한카드」에 매달리다가 재일동포문제나 기술이전 문제를 소홀히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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