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산시(지자제 준비… 현장점검: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산시(지자제 준비… 현장점검:2)

입력
1991.01.07 00:00
0 0

◎평균 4 대 1… 「10당5락」설 파다/회사명의 인사장 등 “사전운동”/시청 본관에 의사당 공사/구단위 재정 빈약 큰 고민모두 51명의 의원을 선출하게 되는 부산직할시 시의원선거를 겨냥한 후보들은 여느 지방과 마찬가지로 연말연시를 맞아 자신의 이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시의회를 향해 뛰고 있는 지망자는 줄잡아 2백명 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선거가 공고되는 등 임박해지면 「결심」하는 사람들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같은 추세라면 경쟁률이 평균 4 대 1은 웃돌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현행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직할시·도 의원 등 광역자치단체 소속 의원 후보에 한해 정당공천을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어 여야 정당이 누구를 후보자로 공천하느냐에 따라 대세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민자 대표최고위원의 정치적 아성이기도 한 부산은 3당통합 이후 국회의원의 판도가 민자 10 민주 4 무소속 1명 등으로 나눠지고 있다.

지자제의 성패여부가 향후 김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 무관치 않으리라는 고루 퍼진 인식 때문에 민자 쪽이 일단은 유리한 국면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대표 주도의 3당통합 대열에서 이탈한 이기택 의원 중심의 민주당이 비록 국회의원 수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열세이지만 김 대표 중심의 민자당측에 대해 사활이 걸린 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뜨거운 양파전이 예상된다.

지난 신정연휴기간을 이용해서 귀향보고회 등을 가진 민자당의 부산 출신 최형우(동래을) 문정수(북구) 김운환 의원(해운대)과 친민자계 무소속인 서석재 의원(사하) 등 지구당 위원장 11명이 움직이는 곳마다 공천희망자들이 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주로 지구당 위원장인 현역 의원들에게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왔던 재력가들이나 지구당 부위원장직 등을 맡아 몸으로라도 봉사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들 민자당 공천희망자들은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을 믿고 1차적 관문인 공천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정통야당 기질의 부산시민들에 대한 기대와 자금력과 덕망을 겸비한 인물을 공천,80% 이상의 당선을 목표로 부산의 야당성 회복을 캐치프레이즈로 하여 출전채비를 갖춰가고 있다.

비판적 성향의 전직 관료와 3당통합으로 갈 길을 잃은 구야당 당료 및 재야운동가들이 공천장을 쥐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한 조직책임자가 귀띔했다.

이 조직책임자는 부산에도 김 민자대표의 정치적 행로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비록 표면에 나서지는 않았을 망정 상당수가 있음을 강조하고 민주당이 공천만 잘하면 민자당과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런 낙관론을 폈다.

한편 현역 의원을 한 사람도 갖고 있지 않은 평민당은 이번 지자제선거를 통해 부산을 지역감정 타파의 본보기 지역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범재야세력과 연대해서 인물 중심의 공천으로 일전을 불사한다는 자세이다.

그러나 평민당은 호남에서 김영삼 대표 세력이 자리를 잡기가 어려운 만큼이나 부산에서도 김대중 총재 깃발을 들고 당선을 바란다는 게 엄청난 무리수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민당 간판이 짐스러운 친김대중 인사들에게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위장출마」시켜 호남향우회 등의 조직을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당선시킨 후 입당토록 하는 우회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뒤늦게 제도권에 진입한 민중당은 전노협 등 기존의 재야 민주세력과 공동전선을 펴 주로 노조대표들을 공천할 움직임이며 국민운동부산본부 부민련 등 재야단체는 타정당과 연계하거나 무소속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숫제 무소속으로 뛰겠다는 30∼40대도 적지 않다. 아파트단지 밀집지역 중 중산층 분포지역에서 참신한 지역대표로 부각해보겠다는 전략이다.

믿음성을 잃은 정치인과 정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겨냥해 다크호스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점치는 이도 많다.

이들 시의원 출마지망자들은 지난해 연말과 신정연휴를 전후해 이름과 얼굴익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신년인사를 핑계로 벽보 및 플래카드를 붙이거나 인사장을 돌리고 경로당 등을 돌며 얼굴을 「팔고」 있다.

이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지역개발의 기수」 「지방화시대의 기수」 「참신한 인물」 등 은근한 표현을 하고 있다.

시내 각 곳에는 「희망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젊은 기수 ×××」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합니다. 지역개발의 기수 ×××」 등으로 기재된 벽보와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붙고 있다.

후보예상자들의 대부분은 지난 연말연시를 전후해 관내 주민들과 유지들을 대상으로 1천∼5천장씩의 연하장형 인사장을 돌렸다.

부산 동래구에서 출마하려는 어느 인사는 자신의 회사대표 명의로 된 인사장 4천여 장을 관내 유권자들에게 돌리는 등 자신의 회사 명의를 활용했다.

이처럼 예상되는 후보자들이 법망을 피해 교묘한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벌이자 부산 동래구청은 J씨 L씨 등이 걸어놓은 플래카드 10여 장을 철거했으며 금정구청은 시의원 출마희망자 K씨 등 8명에게 사전선거운동 자제 등을 요청하는 경고성 당부를 한 바 있다.

이들 출마지망자들이 선거자금으로 써야 할 돈은 부산지역의 경우 정당공천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도 평균 5억원 정도로 계상하고 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 15일 동안과 사전운동기간 동안 각각 2억5천만원씩으로 잡고 있다.

막바지 선거운동기간 15일 동안의 소요비용만도 선거운동원에게 지급하는 일당,통반책 1백50명과 청년운동원 부녀운동원 각 1백명씩 3백50명에게 매일 2만원씩을 지급할 경우 1억5백만원이 든다는 것.

여기에 인쇄물·현수막·벽보비 2천만원 사랑방 접대비 및 지역주민·운동원 접대비 2천5백만원 차량유지비 1천만원 사무실 임대료 및 사무실 요원비 3천만원 유권자 경조사비 1천5백만원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앞서 사전선거운동기간에도 인쇄비·우편물·선물대 및 운동원 경비 등이 2개월여 동안에도 이 정도는 계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유력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금액의 프리미엄이 공천권자에게 지불돼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력이 튼튼한 인사들이 경합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5락10당」은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과열·타락양상의 조짐마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 벌써부터 과열기미를 보이자 YMCA·YWCA 등 각종 시민운동단체들이 직접 나서 타락선거를 막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는 범시민운동 캠페인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돈쓰는 후보자·업권 보호를 노려 출마하는 업자들은 무조건 탈락시키자는 캠페인과 설사 이들이 당선됐다해도 부정선거 사례를 수집해 선관위에 고발할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한편 시의회 구성 등을 위해 실무적인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부산시는 시의사당을 시청 본관 3·4층으로 하기로 하고 86평 규모의 대회의실 등 총건평 4백7평의 사무실 단장 마무리를 위해 공사를 독려하고 있다.

서울·인천·대구에 이어 재정자립도가 전국 4위(86.6%)에 올라 있는 부산시는 여타지역에 비해 재정적으로는 별로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광역자치단체인 시의회 구성에 한한 얘기이다.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의 성패 관건은 광역자치단체에 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광역」과 함께 실시될 기초자치단체인 구의회 구성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들 부산시내 12개 자치구 예산은 3천1백62억9백만원으로 대부분이 필수경비이며 가용재원은 전부 합쳐도 3백89억2천5백만원뿐이다.

자립도가 가장 높은 구는 중구의 59.4%,낮은 구는 강서구의 16%에 이르기까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국고나 시비지원 없이는 자체투자사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30년 만에 부활하는 지자제의 성패 관건이기도 한 지방재정이 이렇게 취약해서야 풀뿌리민주주의가 제대로 착근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부산=최연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