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특사 강조… 친서내용에 초미의 관심/미소 정상 방한 앞선 사전정지 의미도로가초프 소 외무차관의 갑작스런 방한에 대해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소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소련 외무부의 아태지역 총책임자가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돌연 한국을 방문한 사실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로가초프 차관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고 온 데다 외무부의 극동지역 담당자들과 대외경제은행 관계자들을 대동,정무와 경제 양측면에서 우리측과 깊숙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로가초프 차관의 방한과 관련해 집중적인 관심을 끄는 부분은 친서의 내용. 물론 한소 양국은 구랍 14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모스크바선언」에 따라 정기적인 협의를 갖도록 되어 있지만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소련측이 로가초프 차관을 파견하겠다고 우리측에 알려온 사실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언가 소련측에 급한 사정이 발생했거나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한 중요한 변수가 나타났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최근의 남북관계나 주변국 움직임으로 볼 때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극심한 소비재 부족 등 소련 국내사정이 로가초프 차관 방한의 주요한 배경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차관 제공이나 소비재 수출 등 경협의 조속한 실현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친서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가초프 차관의 수행원 가운데 대외경제은행의 부총재와 법률고문,외무부 국제경제국장,국가계획위원회 과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내달초 경협논의를 위한 마슬류코프 부총리 일행의 방한에도 불구,그에 앞서 이들의 방한이 급히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친서와 양국간 제1차 정책협의회가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개선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은 이미 한소정상회담 등 다각적 외교경로를 통해 남북 관계개선을 위해 소련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에 대한 소련의 의지표명이 이번 기회에 구체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는 9일로 예정된 가이후·도시키 일 총리의 방한과 3월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이어 4월로 예정된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한일 방문 등 올 상반기 동북아지역의 활발한 정상외교에 앞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로가초프 차관의 파견을 서둘렀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내외의 관심 속에 6일 하오 김포공항에 도착한 로가초프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친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로가초프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에 앞서 『모스크바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한소 양국 관계가 모든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이번에 경제문제도 협의할 것인가.
『회담과정에서 광범위한 문제가 토론될 것이다. 물론 절박한 국제적 지역적 문제도 토론될 것이다』
친서의 내용은.
『대통령께만 알릴 수 있다』
귀로에 중국을 방문한다는데.
『한국을 방문한 뒤 중국을 실무차원에서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에 평양을 들를 계획은.
『이번에는 평양을 갈 계획이 없으나 머지않아 평양도 가려 한다』
소련이 남북한 화해를 중재할 생각은.
『알려진 바와 같이 남북 사이에 직접 접촉할 채널이 이뤄져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남북 사이에는 중재자가 필요없다고 본다. 만약 그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소련은 항상 그런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 소련의 변함없는 목적은 남북 사이의 대화를 계속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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