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처방없이 보혁 일시적 타협/“개혁·중앙통제강화” 모순결론/서방언론 “주도권은 보수파에” 분석/3월 전인대전 본격 권력투쟁 예상구랍 30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제13기 중앙위 7차 전체회의(7중전회)는 당초 예상대로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일종의 한시적 타협점을 찾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정보다 2개월 늦게,그것도 폐막사실 보도를 통해 회의개최 사실이 공식 확인될 정도로 철저히 「죽의 장막」속에 가려 진행된 이번 회의의 미봉적 성격은 회의 폐막과 함께 발표된 신화사통신의 「전회공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공보는 7중전회가 「국가경제와 사회발전 10개년계획」과 「제8차 경제 5개년계획」(8·5계획)을 토의,이 2대 장기계획에 관한 당의 건의를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7중전회가 채택한 당의 건의는 당면 경제정책 기본목표를 오는 2천년까지 ▲국민총생산을 불변가격기준 80년도의 2배로 늘리고 이에 따른 ▲인민생활 수준의 대폭향상 ▲21세기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물질재 및 기술상기준확립,그리고 ▲공유제도를 토대로 한 계획성 있는 상품경제 및 계획경제와 시장조절기능을 조화시킨 경제운영체계의 기초마련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이 기간중 경제건설의 중점은 농업과 기초공업 및 사회기반시설을 강화하고 교육과 과학기술분야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제시된 당의 지도방침에서 보혁간의 타협적 성격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등소평체제하의 국시인 개혁과 개방을 한층 심화·확대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계획경제와 사상정치공작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을 심화하는 구체적 내용으로 경제개혁과 더불어 정치체제 개혁의 추진을 제시하고 있는 동시에 부르주아와 자유화에 반대하는 교육과 투쟁의 필요성을 아울러 고취하고 있다. 재정·고용부문과 기타 경제분야에 대해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중앙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모순적인 처방을 내리고 있다.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갈등의 초점인 ▲가격개혁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체의 주식매각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지속된 중앙통제의 지속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기보다는 안정과 조화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건의」는 또 중앙정부와 지방성정부간의 소득 및 권한배분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처방을 제시하는 대신 『지금까지 상호관계가 잘못 운영되어 왔다』는 식으로 문제점을 인식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이번 대회가 지니고 있는 보혁간의 타협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상징적 사건은 개혁세력의 후견인인 등소평이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보수파의 후견인인 왕진국가 부주석이 7중전회분과위에 출석,역시 5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점이다. 지난 5개월 동안 막후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정책대결은 양 후견인의 「동시출현」으로 무승부로 끝났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안정과 조화가 모든 것을 지배했다』는 한 서방외교관의 지적처럼 이번회의는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어정쩡한 타협으로 특징지어지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서방언론과 관측통들은 보수파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라는 쪽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 근거로서 농업분야에 최우선순위를 둔 8·5계획에 관한 건의에서 『중국은 점차적으로 집단주의적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것이 등소평체제가 들어선 이래 폐지되었던 집단농장의 부활을 시사한 것이라면 이는 보수파의 명백한 승리이다. 또 한 가지는 보수파인 이붕 총리가 이끌고 있는 국무원이 7중전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전인대에 제출할 최종초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점이다.
「건의」에서 촉구한 개혁이 초안성안 과정에서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희석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개혁·개방의 촉구와 그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분량면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사회주의를 옹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장황한 것도 보수파가 주도권을 장악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AP통신은 이번 7중전회는 등 집권초기 개혁작업의 입안자인 진운의 이른바 「학롱경제학」의 정신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까지 분석하고 있다. 진운은 개혁파들에게 개혁은 사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자본주의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었음을 잊고 있다고 지적해왔으며 사기업과 시장경제의 허용은 계획경제를 「보완」하자는 것이었지 그것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이와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고 있는 관측통들도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중국은 사회주의의 초급단계에 있고 이 단계에서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자양 전 총서기의 이른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 다시 언급된 사실과 역시 조 전 총리가 강조해온 정치체제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된 점을 주목한다. 조의 처리문제가 여전히 미결상태인 점을 들어 이번 7중전회를 「조자양 없는 조자양 노선의 승리」라고까지 「성급한」 분석을 내리는 관측통마저 있었다. 7중전회를 둘러싼 이같은 상반된 해석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는 3월 전인대를 앞두고 2월쯤에 개최될지도 모르는 특별당대회에서 본격적인 권력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구랍 25일 공식석상에 재등장한 등소평의 출현이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은 보수파 제거를 위한 불도옹의 마지막 정치적 행보인지도 모른다.<유동희 기자>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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