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60명 「정치세력화선언」 안팎/민주당·민주연합파 통합 가시화/평민 냉담… 대통합 확대 안될듯정가가 정초부터 지자제선거 태세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과 재야 일부도 선거를 염두에 둔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 통합실패 이후 야권의 재편조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통상실패 이후 평민당은 지자제관철의 과실을 안고 재빨리 양당구도를 노리며 선거체제에 들어갔지만 「그 외의 야권」은 진로모색에 크게 부심해왔던 게 사실.
민주당은 이기택 총재의 사퇴와 지자제 잉태과정에서의 소외감으로,야권통합의 충실한 중재자역을 자임했던 재야의 통추회의는 자체적 인구심점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등원여부를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겪었고 통추회의는 통합결렬 후유증에다 개신교 그룹과 민주연합파측의 갈등으로 「통추회의 소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권이 새로운 설로내지는 전기모색에 돌입한 것은 당연한 일. 야권의 대주주인 평민당은 한때 모든 반민자당세력을 망라한 범민주 수권정당에로의 변신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평민당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뒤 지난 연말 이미 새로운 체제정비를 마무리지었다.
○…이부영 전 전민련의장과 고영구 변호사,제정구·유인태·여익구시 등 민주연합파인사 60명이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세력화로서의 자기선언」을 들고 나온 것은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상당히 음미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원로·재야를 포함한 반민자당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당의 발전적 해체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민주연합쪽이 이같은 선언을 한 것은 민주당 발표에 대한 화답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충분한 사전교감이 있었을 게 분명하다.
이씨는 이날 회견에서 야권 3당(평민·민주·민중당)이 현 체제로 지자제 및 14대 총선에 임할 경우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통합 수권정당건설을 위한 비상정치협상회의 개최와 ▲새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전개를 야권 3당에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 등의 이날 회견이 이같은 「제의」보다는 『일체의 기득권 포기를 통해 통합수권정당 건설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정치세력과는 결합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표명」 쪽에 더큰 무게가 실려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이씨는 회견이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기득권포기」의 의미와 관련,『현재의 당기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고 융통성있는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통합을 위해 상대당의 법률적인 완전해체를 요구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했다.
민주당의 이철·김정길·노무현 의원 등 서명파 소장의원들은 이기택 총재 사퇴 이후 재기를 위한 제2창당을 선언하면서 이씨 등 민주연합파 쪽과 은밀한 접촉을 갖고 「신당」의 모양에 대한 교감의 폭을 꾸준히 넓혀왔다. 이 때문에 서명파 의원들은 연말연시 기간 동안 두 차례 이 전 총재를 방문,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건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연합측은 25명 내외의 지구당위원장급 인사목록을 민주당측에 비공식으로 전달하기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회견직후 민주당은 전날 총재단 및 의원연석모임에서 발표한 「발전적 해체고려」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오는 7·8일의 확대간부회의와 정무회의에서 「민주당 해체」의 범위를 논의하겠다고 적극적 자세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평민당과 민중당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민당은 이미 지자제선거를 통해 양당 구도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했으며 민주연합 인사들이 평민당에 합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모습이다.
이우재·장기표씨가 이끄는 민중당의 경우 평민·민주당과는 원천적인 토양의 차이가 있으며 이부영씨 등의 민주연합파는 전민련을 이탈해 진보정치연합을 이끌어올 때부터 정치적 시각을 달리해왔기 때문에 이번 이씨의 기자회견 역시 당연한 수순일뿐이라는 반응이다.<정병진 기자>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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