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터질 가능성에 대비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국·이라크의 외무장관회담이 전쟁으로 가는 「요식행위」로 끝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의 쿠웨이트철수 마감날로 정한 15일에 엿새 앞서 열리는 제네바회담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부시 대통령이 회담제의를 발표하자 국제시장의 기름값이 폭락한 것은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가 종전의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이상,평화보다는 전쟁이 가깝다는 비관적 전망도 물리치기는 어렵다.
지난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으로 시작된 위기는 미국과 이라크 쪽의 부인에도 불구하고,몇 갈래의 막후협상이 오가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랍권에서 영토권 흥정을 전제로 하는 교섭이,유럽공동체(EC)에서도 상당한 외교적 중재시도가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내려야 될 정치적 결정에 핵심이 되는 것은 미국내의 여론과,미국이 쿠웨이트에서 치러야 될 「손익계산」일 것이다.
미국의 여론을 강경 「매파」와,전쟁을 반대하는 「비둘기파」가 거의 백중한 가운데 맞서있다. 이것은 전쟁이건 화평이건 그 결정권이 부시행정부에 달려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뜻할 수도 있다. 그런 뜻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기술적 평가가 지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로 전쟁은 단 하루로 결판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부터,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다국적군에 막대한 인명피해와 전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는 환경파괴가 뒤따를 것이라는 비관론에까지 의견이 다양하다.
미국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쟁은 미국이나 다국적군이 전쟁에서 치러야 될 희생의 대가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는 미군 사자가 수천에 이르고,그 몇배의 부상자가 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전면전으로 바그다드의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긴 눈으로 볼 때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과연 바람직스러운가에 대한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봄까지는 이라크가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부닥치게 될 것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쿠웨이트사태는 아직도 전쟁과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현실에 변함이 없다. 22년 독재체제의 생명을 걸고 있는 후세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부시 대통령에게도 「무조건 철수」외의 타협의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팽팽한 화전논쟁으로 볼 때 그의 선택도 신중한 절차가 국민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라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철수결의를 받아들여야 하며,이 지역에서 유혈비극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9일 제네바회담이 마감을 엿새 앞둔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최악에 대비하는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